증권가에 리서치센터(조사부)와 국내외 영업을 동시에 지휘하는 '막강' 권력의 임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관을 상대로 한 영업에 리서치 부문의 예측.분석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것이나 이같은 인사 및 조직형태가 자칫 두 부문의 유착으로 이어져 불공정한 정보 교류의 가능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현재 리서치와 영업부문을 함께 관장하는 임원을 두고 두 부문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 전력하고 있다. LG증권-우리증권 합병을 통해 지난달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2일 박천웅 전 모건스탠리 리서치헤드를 리서치와 기관영업부문을 총괄하는 상무로 선임했다.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현재 센터장 없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만큼 사실상 박 상무가 리서치센터장으로서 영업부문까지 진두지휘하는 셈이다. 지난 3월 미래에셋증권이 영입한 이근모 부회장도 현재 리서치와 해외영업 부문을 함께 관장하고 있으며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석중 부사장 역시 비슷한 경우다. 이는 '실질적으로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조사.분석력'을 요구하는 업계 추세와 관계가 있다. 증권사들이 외국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한 영업을 염두에 두고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에게 영어 프레젠테이션 능력 배양을 강조하는 것이나, 최근 대우증권이 영업본부장에 박윤수 전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영입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리서치-영업 총괄 임원제가 현행 '증권회사 영업행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규정 제2장 제1-14조는 증권사의 조사.분석업무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증권사는 조사분석 담당부서와 기업금융 관련부서를 동일 임원이 관장하지 않도록 분리 운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 준수를 감시하는 증권업협회 자율규제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두 부문의 임원 겸직을 금지하고 있으나 임원수가 모자라 불가피한 경우 등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규정 위반을 가리기 위해서는 각 증권사들의 상황이 얼마나 특수한 것인지, 직제상으로만이 아닌 실질적 겸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한다"고 다소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업계 1위인 우리투자증권 등의 규모가 결코 임원수가 모자랄만큼 작지 않고, 박 상무 등이 실무적으로 두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감독 당국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증권감독국 관계자는 "일단 금감원 감독 규정에는 직접적으로 두 부문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면서 "다만 증권업협회의 '증권사 영업행위에 관한 규정'상 관련 규정이 있으나 여기서 말하는 '기업금융'은 기업인수.공개(IPO) 등 리서치센터와의 이해상충이 매우 첨예한 부문에 국한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앞서 언급한 제1-14조는 '기업금융'의 의미를 분명히 "인수 및 법인영업부문, 고유재산 운용부문 등"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리서치-영업부문 유착을 통한 불공정거래가 적발될 경우 향후 영업자체가 불가능해질만큼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내부 준법감시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두 부문의 정보교류를 투명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겸업을 직접 금지하지 않더라도 현행 증권업감독규정내 '영업행위준칙'을 근거로 불공정행위를 적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증권업계 일부의 생각은 다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일 임원이 두 부문을 관장하지 않는 경우라도 리서치가 법인영업부문으로부터 알게 모르게 압력을 받는 것이 현실인데, 임원이 같은 경우 법인고객이 원하는 자료를 생산하거나 미공개 자료가 유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외국 투자은행의 경우 각 부문간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차이니즈월(Chinese Wall;정보장벽)'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우리는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