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비용절감에,도요타자동차는 품질개선에 노력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전문가인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 도쿄대 교수는 최근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리고 있는 ‘2005 서울모터쇼’를 참관한 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과거 현대차가 품질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아픈 경험’ 때문에 품질 개선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를 갖게됐다고 지적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일본 도요타에 대해서는 "품질보다는 생산성 향상 등 비용 절감에 집중한 데다 최근 숙련 기능공들의 대량 퇴직과 해외 공장에 대한 지원 부족 등이 겹쳐 품질개선 문제가 과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도요타는 1990년대 '엔고(高)'의 파도를 뛰어넘기 위해 설계 및 공정개선 등 '비용 줄이기'에 나서 10년 만에 1조엔의 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두 회사가 과거의 약점을 개선하는 데 몰두한 결과 본래의 강점이 약점으로 뒤바뀌는 현상을 빚었다는 게 후지모토 교수의 분석이다. 중국과 인도 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해 후지모토 교수는 "싸다는 게 강점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단순히 부품들을 모아 조립해 놓은 수준이기 때문에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기는 힘들고 다른 업체를 위협할 만한 정도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미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차의 경쟁 전망에 대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가 잃어버린 시장을 뺏는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크게 부딪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본 차는 중저가 모델에,한국 차는 고가 모델에 대한 시장 공략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지모토 교수는 MIT대의 IMVP(국제자동차프로그램) 핵심 연구자로 국제 자동차 산업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국내 기업과 대한상의 등에서 강의한 적이 있으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