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에서 건설업을 하는 C 사장은 올해초 우연히 아파트 단지를 세우면 좋을 부지를 발견하고 곧바로 땅을 살까하다가 자칫 허가문제로 곤욕을 치를까봐 개발 가능성부터 타진해 보기로 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환경법규 저촉 여부를 미리 점검받을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원주지방환경청을 찾아갔다. 그는 그곳에서 “아파트를 짓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사업 구상을 접었다.C 사장은 “아파트를 세워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땅에 ‘부적합’ 의견을 내놓은 원주환경청에 대해 솔직히 불만이 있다”며 “그렇지만 땅을 매입하기 전에 사업을 중단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는 먼저 협의해야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산하 원주지방환경청(청장 송재용)이 각종 개발사업 예정지의 환경 관련 법령 저촉 여부를 미리 알려주는 '입지 사전 상담제'를 지난 2월부터 도입, 업계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이 제도는 개발사업을 구상 중인 민원인이 방문 또는 인터넷 접수 등으로 신청하면 사업계획서를 중심으로 개발대상지에 대한 환경관련법 적용 여부, 사전환경성검토 통과 가능성 등을 검토해 늦어도 20일 이내에 통보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필요할 경우 현장 조사도 실시하기 때문에 정식으로 사전환경성검토 요청이 있을 때 협의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도 있다. 원주시 문막 지역의 한 골프장은 이 제도를 활용,골프장 확장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 골프장의 개발팀장 A씨는 "지방환경청과의 사전환경성검토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예측할 수 없어 골프장 증설 계획을 미뤄 왔는데 최근 사전 상담을 통해 '입지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받고 본격적인 부지 매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환경부 내 혁신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한 이 서비스는 사후 규제 위주의 기존 환경행정을 시장친화적인 컨설팅 서비스로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사를 맡았던 이명환 IBS컨설팅컴퍼니 대표는 "공공부문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라며 "모든 정부 부처가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칭찬했다. 송재용 원주환경청장은 "골프장과 콘도 등을 짓기 위해 2년 동안 조금씩 땅을 사들여 부지 확보를 거의 마친 개발 사업자가 사전환경성검토 단계에서 '개발 불가능' 판정을 받고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것을 보면서 수요자를 위한 새로운 행정서비스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입지 사전 상담제 도입의 실무 주역인 황기엽 자연환경과 계장은 "처음에는 업무량이 크게 늘어날 뿐 아니라 법적 근거가 없어 시비거리를 남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던 직원들도 적지 않았지만 점차 제도가 정착돼 가면서 모두가 만족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서비스의 법적 효력과 관련, "법에 따라 이뤄지는 사전환경성검토나 환경영향평가와 달리 입지 사전 상담제는 말 그대로 행정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말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최근까지 모두 17건의 개발 예정 사업을 사전 상담해 이 가운데 골프장 3건, 아파트 1건을 포함한 6건에 대해 '개발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환경부는 다른 지방환경청에도 이 서비스를 벤치마킹토록 지시한 상태로 한강유역환경청 등에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