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실업급여를 받았던 대기업 출신 임원들이 중소기업에서 '맏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살림을 키우고 있다. 공장 전문 시공업체인 도원디테크의 박재형 전무와 김한필 전무,이상민 전무 등 3명이 그 주인공. 이들은 요즘 사회적 분위기로 봐 한걸음 물러서 있을 법한 50~60대를 넘긴 나이에 대기업에서 쌓은 지혜와 경륜을 중소기업에 전수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박재형 전무(56)는 2002년 KT네트웍스의 민영화로 명예퇴직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았다. 그는 실업자 생활을 하면서 2003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 서울 신림동에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내고 재기에 나섰지만 경험 부족으로 퇴직금만 날린 채 6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박 전무가 도원디테크에 들어온 것은 지난 2월. 박 전무는 늘어나는 매출에 걸맞은 관리업무를 차질없이 할수 있도록 틀을 만들고 있다. 박 전무는 "대기업에 있을 때보다 급여는 줄었지만 젊고 미래가 있는 기업과 후배를 위해 노하우를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상민 전무(51)는 경남기업과 동아엔지니어링에서 쌓은 영업 노하우를 이 회사에 접목해나가고 있는 경우다. 중소기업의 공장장을 지낸 적도 있는 이 전무 역시 1998년 한때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했다. 98년 말 도원디테크와 인연을 맺은 뒤 대기업 근무 때의 해외영업 경험을 토대로 수주활동 전선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전무는 얼마전 일본계 기업인 린텍코리아로부터 1백억원대의 공사를 따내는 등 회사 영업에 앞장서고 있다. 김한필 전무(60) 역시 동아엔지니어링의 플랜트사업본부장을 지냈지만 회사가 퇴출되면서 실업급여를 받았다. 회사설립 초창기 멤버로 참여한 김 전무는 처음 몇 달간 월급을 받을 수 없어 의류땡처리 일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전무는 "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겠습니까.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젊은이들과 함께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이들 세 사람의 노하우가 접목된 뒤 도원디테크의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2003년 7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4백57억원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매출목표는 8백억원.윤해균 대표이사는 "요즘 기업에서는 50~60대를 경원시하고 있지만 이들의 열정과 노하우가 중소기업을 패기가 넘치는 일터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나이가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이계주 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