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외부감사 수주를 위한 회계법인간 경쟁에서 회계법인들이 유리한 점수를 얻기 위해 편법으로 회계사수를 부풀리는 등 감사인의 품위를 잃은 진흙탕 싸움을 벌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달 12일 하나안진회계법인의 승리로 끝난 국민은행 회계감사 수주 전쟁에서 하나안진과 한영회계법인은 중소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을 막판에 변칙 등록시키는가 하면 심지어 양 회계법인에 이중등록된 회계사가 나오는 편법이 발생, 금융감독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안진과 한영회계법인은 소속 회계사 등록마감일인 지난 3월 31일 자기 회계법인 회계사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이 두 법인 소속으로 동시에 중복 등록된 회계사가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안진과 한영에 동시 등록돼 있는 회계사는 총 5명이었는데 서로 자기네 소속이라 주장하는 바람에 결국 회계사회에 먼저 등록한 시점을 기준으로 소속을 정하기로 하여 하나안진 2명, 한영 3명으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하나안진 쪽에서 한영 소속 회계사 중 13명이 80살이 넘는 고령회계사라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이 문제는 결국 이들은 자문역할을 하는 원로 회계사들이라고 한영측이 주장해 인정해 줬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양측은 등록마감일인 3월 31일 오후 6시 직전까지 눈치를 보다가 상대방이 뒤엎을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막판에 몰아서 십 수명의 회계사들을 등록시키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사인 지정에서 한영회계법인은 하나안진회계법인에 비해 소속공인회계사 점수에서 공인회계사 두 명에 해당하는 근소한 점수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이같은 대형 회계법인들의 감사수주를 위한 전쟁에서 연중 가장 바쁜 3월 법인세 결산시기에 수십 명의 회계사들을 하나안진과 한영으로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중소회계법인들은 "자격사로서의 자존심을 버린 부도덕한 경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중소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한창 영입전이 치열할 때는 새벽에도 스카우트를 제안하는 전화가 걸려와 '빅4' 회계법인으로 가고 싶어하는 젊은 회계사들이 몸살을 앓았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회계법인들과 회계사회는 '이미 끝난 일'이라며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기를 원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안진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회계사 수가 감사인 배정 기준으로 돼 있는 현행 규정에 따라 경영진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최대한 노력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주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큰 부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회계사회 고위관계자는 '두 회계법인의 무리한 수주경쟁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자유경쟁시장에서 서로 더 좋은 외부감사를 수주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이미 다 지난 일이고 부정은 없었기 때문에 윤리위원회에 회부할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편법 수주경쟁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것이고, 감사인으로서의 품위와 도덕성, 이미지를 크게 훼손 시키는 일이므로 향후 유사사건 재발방지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중소회계법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서태식 공인회계사 회장도 취임 직후부터 '위상제고'에 대한 확실한 마인드를 갖고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던 만큼 비록 이번 국민은행 수주 경쟁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더라도 회계사의 위상을 훼손하면서까지 저지른 '편법' 사실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소재를 명확히 물어야 한다는 것이 일각의 지적이다. 조세일보 / 주효영, 안미나 기자 fatum@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