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교육 3不정책은 성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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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섭 < 서울대 교수·경영학 >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교육정책이 있다. 교육부총리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나왔던 3불정책은 대학입시에서 대학본고사 금지, 고교등급제 금지, 기여입학제도 금지를 말한다.
대학입시제도는 지난 36년간 크게 12년 주기로 바뀌었다. 1969년 이전까지는 본고사, 1969년부터는 예비고사와 본고사, 1981년에는 학력고사가 실시됐다. 이후 1994년부터 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었고 2008년에 또 제도가 바뀐다.
그러나 크고 작은 정책은 거의 매년 바뀌어 왔고, 이제는 대학마다의 특색있는 선발제도 때문에 고교선생들조차 진학지도를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여년 동안 바뀌지 않은 대전제는 바로 3불정책이다.
우선 대학본고사 금지의 명분은 본고사 과목의 과외로 인한 사교육 비용의 억제이다. 대입 자격고사, 학력고사, 수능시험 등 명칭은 계속 바뀌었지만 모두 전국 규모로 매년 1회 실시됨으로써 전국적인 학생 줄세우기를 계속하고 있다.
대학 서열화는 본고사 철폐와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고사가 있을 당시에는 공통 비교기준이 없어 서열화가 되지 않았다. 다양한 입시제도들이 정책 담당자들의 인식에 따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고 있어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험으로 인해 시험부정, 출제위원 선정문제, 난이도 조정의 실패 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비관 자살 등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8년에 실시할 대학입시제도는 내신비율을 상향조정하기로 했는데, 예상대로 모든 과목에 대한 내신과외가 시작돼 학생과 학부모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점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수능고사의 등급제는 전체를 9등급으로 나눠 한 등급당 2만명 이상이 배정되는 바람에 대학에서는 선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논술고사와 심층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부 대학에서 수능고사를 자격고사로 인정하고 언어와 수리능력에 대한 측정을 하겠다고 하자 본고사 실시가 아니냐는 반발이 일고 있다.
그러나 입시를 통해서 선발한 학생이 기초과목 예비평가시에 30% 이상 과락을 하고 수업을 못따라오는 현실에서 대학이 이러한 선발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 고교를 완전히 평준화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3불정책 규제하에 복권당첨식의 선발을 막고 우수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의 노력은 처절하다. OECD국가 중에서 정부의 정책규제가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학생선발권은 완전히 대학에 돌려주어야 한다.
만약 대학에서 본고사를 실시하게 되면 운영상 소수의 기본 과목만 하게 될 것이고 정원 미달로 인해 본고사를 실시하지 않는 대학도 상당수가 생길 것이다. 십수 과목을 내신과외하는 것보다 오히려 경제적이고 대학에 가서는 심화학습에 유용한 결과가 될 것이다.
나아가 본고사의 도입은 고교등급제의 문제를 사라지게 한다. 이미 고교등급제는 그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영재교육, 과학 등 특수목적 고등학교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비평준화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고교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이 수업시간에 자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고교평준화의 부작용은 이제 고칠 때가 됐다.
교육정책에 정치적 사회적 목적을 부가해서 각종 부작용만 양산하기 보다 3불정책 중에 한 가지만 풀면 두 가지가 해결되는 정책을 왜 선택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매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고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소비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대학입학제도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대신에 대학구조조정과 교과과정 개편으로 세계최고의 교육열을 승화시켜 최하위 수준의 고등교육 수준을 개선시켜야 한다. 교육정책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