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일 논란이 돼온 `WTO(세계무역기구) 협상 이행관련 쌀 관세화 유예협상 이면합의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그 배경과 조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쌀협상 국정조사가 실시될 경우 정부가 맺은 대외협상에 대해 국회에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본회의에서의 국정조사계획서 통과과정은 물론 국정조사 진행 중에도 그 적절성을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쌀협상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작년 8월 `김선일 피랍.피살사건'에 이어 17대 국회 두번째 국정조사가 된다. ◇여당 왜 합의해줬나 = 지난 달 12일 쌀관세화 유예연장 협상결과가 발표된 후 중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 5개국과의 부가합의 내용이 드러나자 곧바로 농촌출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정조사 실시 요구가 제기됐다. 지난해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쌀이외 품목에 대한 부가적 합의는 없다'고 말해왔지만 실제로는 5개 나라와 부가합의를 한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추가 부가합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협상결과 발표과정에 숱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초 열린우리당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부속합의서는 이면합의와는 다르며 이면협상, 비밀협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야4당의 요구에 대해서도 `4.30 재.보선용'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지난 달 25일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인 포천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쌀협상 국조에 대해 "국가기밀을 유지하는 장치가 마련되면 할 수 있다"며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혔고, 8일만에 전격 합의했다. 여당의 이같은 입장변화에는 오는 6월 국회에서의 쌀협상 비준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무조건 감추려고 할 경우 오히려 국민적 의혹만 키울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 절차를 대국민보고의 장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또 식량주권의 상징인 `쌀'이 갖는 정치적 폭발력과 민감성을 감안, 농민표를 의식해 어느 정도 이를 수용한 측면도 없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뿐만아니라 국정조사를 실시해봤자 별다른 내용이 추가로 드러날 것이 없다는 여권내부의 자신감도 반영됐다는 말도 나돈다. 국정조사 합의 직후 농림부 관계자가 "지난해말 쌀협상 타결결과를 발표할 때 검증기간 양자간 쟁점에 대해 문서형태로 부가합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면서 "협상결과를 매끄럽게 발표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한 것은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이면합의는 절대 없었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조에서 일부 협상과정의 오류나 정책담당자의 책임이 드러나더라도 이미 합의된 내용을 수정하거나 되돌릴 수 없다는 점도 국조 수용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6월 쌀협상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거부되면 오히려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 전면개방이라는 사태를 맞게 돼 농민들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안을 갖고 충분히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날 여야가 과거사법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면서 쌀협상 국정조사도 전격 타결됐다는 점에서 여야간 주고받기의 결과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정조사 대상 적절성 논란 = 쌀협상 국조 합의를 계기로 대외협상에 대해 국회가 국정조사권을 발동, 협상내용을 까발리는 게 과연 국익에 부합하느냐는 적절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측은 여전히 대외협상에 대한 신뢰 및 다른 협상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국정조사 실시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나 야당은 국민적 의혹을 풀고 정부의 정책적 실수 반복을 막기 위해서 국회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측은 국정조사 합의 사실이 전해지자 "WTO 이행협상에는 쌀협상만 있는 게 아니고, 진행중인 다른 협상도 많기 때문에 국익 차원에서 보더라도 이번 국정조사가 다른 협상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정부간 협상은 신뢰의 문제이고 만약 국조 과정에 협상내용이 공개된다면 협상과정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국가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모든 문제를 국익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도 이런 주장을 감안, "야당은 정략적 차원에서 이번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되며 여야가 합의한 비밀준수의 의무를 성실하게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비준동의를 전제로 한 협상이기 때문에 국회비준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접근은 허용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국익 운운하며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하므로 국정조사가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수석부대표는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고도 협상과정에서 감춘 것은 없는 지, 혹은 몰라서 합의한 것인지 등 잘잘못을 따져셔 잘못된 것에 대해선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 어떻게 이뤄지나 = 여야 합의에 따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부터 국정조사위원회 구성에 착수한 뒤 조사목적과 범위, 방법, 기간 소요경비 등을 기재한 국정조사계획서를 작성, 오는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국정조사위원회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와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위 형태로 꾸려질 전망이다. 국정조사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승인되면 지난 88년 13대 국회 이후 18번째 국정조사계획서가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조사계획서가 본회의를 통과하면 증인.참고인 확정 및 출석 요구, 사전조사작업,등을 거쳐 이르면 이달 하순이나 내달 초순께 청문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조사 범위는 ▲중국 등 9개국과의 쌀협상 전과정 ▲WTO 검증절차 기간의 추가적인 양자협상 전과정 ▲쌀협상대책실무추진단을 비롯한 정부내 쌀협상 논의과정 일체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 방식에 있어선 자료제출, 방문조사, 청문회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며 기밀유지에 대해서도 합의한 만큼 일부 내용은 비공개 진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