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위원 재원배분회의가 지난 주말 이틀간 총 17시간에 걸쳐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부처별 예산이 아닌 국가차원의 재원 배분을 놓고 처음 머리를 맞댄 장관들은 봄철임에도 30도를 육박하는 1백년만의 무더위 속에 열띤 난상토론으로 진땀을 뺐다.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지난달 30일 오전 9시30분 시작된 회의는 밤 10시께 종료 뒤에도 다시 자정까지 '티 브레이크' 형식으로 이어졌다. 이튿날(5월1일)도 오전 10시부터 두시간 동안 미처 못다한 토론이 계속됐다. 장관들은 17시간의 마라톤회의에 배석자 없이 토론에 나서야 했다. 회의장 내는 '자문'이나 '커닝'을 할 수 없도록 휴대폰 차단장치를 해놓았다. 일부 장관이 통화를 시도하다 휴대폰이 안 터져 당혹해 했다는 후문. 회의 '스타'는 역시 노 대통령이었다. 전 부처의 업무보고를 통해 큰 흐름을 꿰고 있는 데다 '토론을 좋아하는 대통령'답게 장관들이 자기 부처 입장만 고집하거나 불필요한 격론에 빠지지 않게끔 적절히 통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이해찬 총리 역시 특유의 논리로 장관들을 무색케 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이른바 '정치 장관'들도 화려한 언변을 과시했다. 하지만 '화술'보다는 '각론'(실무)에 강한 장관들이 오히려 돋보였다는 전언이다.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은 항만투자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공격에 치밀한 준비로 설득하고 추가 예산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은 '여성 장관'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며 국가 과제인 보육지원 확대에 대해 남성 장관들의 열띤 지지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