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고등학교 내신성적 사교육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합격자 선발 과정에서 내신성적을 중점적으로 반영하는'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가 고교 1학년생부터 처음 적용되면서 온라인 교육사이트나 학원 등에서 내신 과목을 배우는 고1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가에서는 올해 고1 내신 시장 규모가 지난해의 두배인 1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수능과 논술시장으로 양분됐던 대입 사교육시장이 앞으로는 내신을 포함한 '삼두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온라인 교육사이트에서 우선적으로 감지된다. 94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메가스터디는 지난 3월 한달간 한번이라도 결제를 한 유료회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7% 늘어났으며 결제액은 69.7%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업계 2위인 이투스의 경우 지난해 4월 고1생이 전체 회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14.5%로 높아졌다. 메가스터디 손은진 부장은 "고1생이 모든 내신과목을 들을 수 있는 패키지 강좌만 한달새 4천6백개가 팔렸다"며 "내신 강좌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확실시돼 새로운 강좌의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학원도 늘어나는 내신 강좌 수강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논술ㆍ국어 중심 학원인 서울 중계동 세움학원 장현석 기획실장은 "고1 수강생 수가 30%가량 늘었다"며 "4월 내내 수업시간에 중간고사 대비만 시키는 등 내신 관리를 두 배 이상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대치동 학원들은 고1 내신반의 성적이 개별 학원의 '앞날'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성N스쿨 대치분원 관계자는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중간고사가 끝나면 내신을 잘 가르치는 학원이 어디인지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에 (대치동의) 모든 학원들이 고1반을 가르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며 "새 제도 도입 이후 수능강좌 수강생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논술과 내신 수강생이 크게 늘면서 학원시장 규모가 오히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신 과외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고1 아들을 둔 주부 김명신씨(47ㆍ서울 대치동)는 "고교 3년 동안 12차례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는데 단 한 번이라도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과외 선생님에게 추가 수강료를 지불하고 원래하던 과목 이외의 다른 과목도 봐달라고 부탁했다"며 "전과목 과외라도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일선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 혜성여고의 정용호 교사는 "학생의 대부분이 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신학기부터 수강하는 강좌를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잠재우기 위해 고안된 대입제도가 역효과를 부른 것 같다"고 개탄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교육제도를 변화시키면 시킬수록 사교육 시장만 커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