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철 < SK㈜ 사장 president@skcorp.com > 올 연초부터 유가가 40~50달러대를 넘나드는 바람에 석유 관련 각종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관련 기업의 경영실적,경영현황,투자,배당,수출뿐만 아니라 임직원 동향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는 모양이다. 유전 개발 소식에 투자자들이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어떤 기업의 유전 발견 소식을 접하면 당장이라도 해당 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듯 지나친 기대를 보이는 양상도 가끔 있다. 하지만 유전개발 사업은 탐사,개발을 거쳐 상업적 생산을 위해서는 최소 4~5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며,성공률도 3.66% 정도에 불과한 불확실한 대표적 사업이다. 이런 사업이 황금알이 아닌 구리알이라도 낳기 위해서는 거대한 자금,피땀 흘린 노력과 엄청난 행운도 따라야만 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대박을 터뜨리는 일로 비쳐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내 소비 원유량은 약 2백만배럴이나 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실로 엄청난 물량이다. 한국석유공사와 SK㈜ 등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20여년 전부터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해 약 7억배럴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지만,이는 국내 수요의 4% 수준에 불과한 만큼 자주 원유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어려운 길을 가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필자도 2004년 3월부터 해외 유전개발사업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총리의 베트남 방문 기회를 이용,오는 5월 초순으로 예정된 베트남 9개 탐사광구의 국제 입찰을 준비하고 있고,지난해 9월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 결과로 얻어진 카스피해 인근 '잠불광구' 계약을 위한 관련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탐사광구의 생산 성공률도 5% 이내 수준으로 멀고도 험한 길이어서 타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SK㈜도 뼈아픈 경험이 있다. 미얀마의 블록 C광구에서 지난 89년 10월부터 94년 2월 철수시까지 75백만달러를 투자하고 한푼도 얻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만큼 리스크가 큰 사업인 것이다. 에너지 다(多) 소비국으로서,고유가 환경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자주 원유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한국석유공사 및 민간기업들 간 공동의 노력과 국민들의 관심 및 후원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런 공동의 노력이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땅과 바다는 우리 것이 아니지만 석유는 우리 것'으로 만들어가는 자주 원유의 꿈을 달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