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22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표명한 것과 관련, "과거에 대한 반성에는 진실성이 있어야 하며 또 반드시 실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개최된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통절한 반성과 사과'와 관련한 연설을 들은 뒤 기조연설을 통해 "과거를 왜곡하는 나라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20세기 식민통치의 과거를 가진 국가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과거를 미화하고 잘못을 은폐한다면 그 과거가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가 될 것"이라며 "만델라 전 대통령은 `진실만이 과거를 평안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으며 저 역시 분명히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21세기는 모든 민족과 국가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보편적 가치 구현이라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며 "50년전 반둥선언에 명시된 기본적 인권 및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 존중, 주권과 영토보전 존중이라는 토대 위에서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평화.번영의 가치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일본'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한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참석한 국제회의에서 일본의 과거사 청산방식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리는 특히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지도적 위치에 서고자 하는 국가는 경제력이나 군사력보다는 신뢰와 도덕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세계의 번영과 평화에 공헌하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유엔 개혁과 관련, "유엔이 저개발 약소국을 보호 육성하며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개편될 필요가 있다"며 "강대국이 세계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장이 돼서는 안되며 인류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렛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안보리 개혁이 중요하다"며 "한국은 안보리가 대표성, 책임성,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 개편돼야 하며 가능한 한 광범위한 합의에 의거해 많은 국가들의 입장을 균형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이와 함께 "한국 국민은 `아시아-아프리카 신전략 파트너십' 구상을 적극 지지하며 이 파트너십에 기초한 협력 프로세스에 활발히 참가할 것"이라며 "한국은 대(對)개도국 협력을 대폭 확대.심화시키고 대폭 확대되는 정부개발원조(ODA)를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도국의 인재양성 지원방안을 밝힌데 이어 "전자정부 등 IT(정보기술) 분야 지원도 중점 추진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전에 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