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22일 비정규직관련 법안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은 비정규직 문제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뒤늦은 개입으로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계는 해고제한과 파견업종 등을 담은 비정규직관련 법안이 기업에 부담이 되지만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수용한 상황에서 인권위의 권고 내용까지 법안에 넣을 경우 고용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오는 25,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 심의를 앞두고 강경 투쟁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발끈한 재계 통상 경총 부회장만이 발표문을 읽던 과거 기자회견과는 달리 이날은 경제5단체장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을 정도로 재계는 격앙된 분위기다. 4월 임시국회 통과가 예상됐던 법안의 통과가 불투명해져서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인권위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권고에 대해 "정규.비정규직간 차등 임금이 차별이라면 정규직 안에도 호봉이나 성과에 따라 연봉이 다른데 인권위 시각에선 이것도 차별 아니냐"며 '역차별론'을 제기하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수영 경총 회장은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비정규직 법안의 4월 처리가 필요하며 법안이 표류할 경우 그 피해는 재계보다는 노동계가 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의 압박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한 법안을 4월 국회 내에 통과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인권위의 의견을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으로 삼아 앞으로 투쟁수위를 높여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단식농성에 들어간 양대 노총 위원장은 "인권위 의견이 법안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사회의 여러 단체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찬반으로 갈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독교사회책임,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 등 4개 단체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계가 인권위의 의견표명을 빌미로 단체행동을 하려고 하는데 이는 무책임하고 이기주의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단체들은 이날 정부와 여당에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을 철폐하고 인권위의 의견을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