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과 인도가 함께 보낸 2천2백년 중 99.9%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1962∼1988년에만 잠깐(0.1%) 긴장 관계에 있었을 뿐이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2003년 4월 베이징을 방문한 인도 대표단에게 던진 말이다. 두 나라는 1988년 중국 덩샤오핑 주석과 인도 라지브 간디 총리가 만난 것을 계기로 불편한 관계를 털어버리고 회복 국면을 맞았다. 원자바오 총리가 최근 인도를 방문한 것은 다시 한번 양국 관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는 주룽지 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인도 하이테크 산업의 메카인 방갈로르를 먼저 찾았고 뉴델리에서는 인도의 유력 기업인들과 만났다. 중국과 인도가 경쟁자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발전했고 인도는 '세계의 연구소와 백 오피스(back office)'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인도가 주목할 만한 성공을 이룬 소프트웨어와 IT(정보기술)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하고 싶어한다. 인도도 제조업에서 성공한 중국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두 나라는 자국의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증강시키는 데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원자바오 총리의 인도 방문은 이런 경쟁이 반드시 대결과 갈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두 나라의 협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는 부문은 양국간 무역이다. 올해 양국 무역규모는 1백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의 전체 무역규모에선 작은 비중이지만 인도에는 전체 무역규모의 7∼8%에 해당한다. 두 나라는 당초 오는 2008년까지 양국 무역규모를 2백억달러로 키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이 목표는 이미 내년에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 가능성도 검토키로 했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 총리 및 고위 관료들의 교류가 이뤄지면서 활발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몇년간 머뭇거리긴 했지만 이제 양국은 전략적인 이슈에 대해서조차 대화의 창을 활짝 열었다. 최근 10여년간 인도는 매년 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인도는 중국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고 전세계는 '중국과 인도'를 한묶음으로 인식하게 됐다. 아세안은 두 나라와 동시에 FTA를 맺는 게 더 좋은 조건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950년대만 해도 민주주의 국가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독재국가 중국의 확장을 막아줄 보루가 되기를 요청받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을 겨냥한 인도와 미국의 파트너십이 인도의 국가 이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인도가 중국과 손잡고 미국에 맞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인도는 간헐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즐기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노려서는 안된다. 그런 견제는 역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인도는 미국 및 중국과 동시에 협력하는 '두 다리로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도와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PRC·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을 '평화롭게 성장하는 중국(PRC·the Peaceful Rise of China)'으로 바꿔야 하는 공통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 ◇이 글은 인도 국회의원으로 '친디아(Chindia)의 이해'라는 제목의 저서를 펴낸 자이람 라메시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A Common Interest in the Peaceful Rise of China'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