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열리는 보령대회에 모든 것을 걸었다' 존폐 위기에 놓인 한국씨름연맹이 실업팀을 정식 회원으로 받아들인 뒤 처음 열리는 보령대회가 민속씨름의 운명을 좌우할 대회로 보고 혁신적인 운영 계획을 세우며 씨름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씨름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재 2개의 프로팀만으로는 민속씨름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씨름연맹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벽을 사실상 허물어 뜨리고 새로운 모래판 짜기에 나서고 있는 것. 지난 14일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7개 실업팀을 프로대회에 출전시키기로 방침을 정한 씨름연맹은 단기적으로는 스피디한 경기를 위한 경기 규정 개정, 장기적으로는 유력 인사들의 이사 영입을 통한 씨름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연맹은 우선 오는 5월 보령대회 때부터 경기를 지연시키는 선수들에 대한 제재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지루한 샅바 싸움을 막기 위해 선수들이 허리샅바를 잡는 오른손의 위치를 상대선수 유니폼의 제봉선까지만 허용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곧바로 주의나 경고가 주어진다. 공격을 하지 않는 선수에게도 주위나 경고가 주어져 무승부로 끝나는 경기를 최소화하게 된다. 연맹은 또한 본선 16강과 8강 경기를 종전 3전다승제에서 단판제로 바꿔 경기의 속도를 촉진시키고 TV 중계도 종전 8강전에서 16강전으로 확대해 출전팀의 매스미디어 노출을 늘리는 효과를 주기로 했다. 참가팀수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단체전은 설날대회 등 이벤트성 대회에만 열기로 하고 종전에는 체급 구분없이 경기를 갖던 천하장사대회를 앞으로는 체급별로 천하장사를 뽑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승 상금도 선수가 모두 갖도록 하는 방식에서 선수와 씨름단이 8:2로 나눠 갖도록 해 참가팀들의 동기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연맹은 지난 19일 유력 인사 8명을 대거 이사로 영입해 씨름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지원키로 했다. 신임 이사 중 군 출신의 유삼남 전 해양수산부장관은 앞으로 군에서도 씨름단을 창단하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한 포석이다.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차관과 도영심 외교부 문화협력대사는 세계의 씨름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게 된다. 연맹은 또 기존 불입자본금 10억원 이상의 주식회사로 한정했던 규정을 지자체, 정부기관 또는 불입자본금 10억원 이상의 법인으로 바꿔 팀 창단의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연맹은 이같은 민속씨름 개혁안이 정착된다면 앞으로는 팀 창단의 문턱을 아예 없애고 누구나가 씨름팀을 창단할 수 있도록 해 `도장(道場)화'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수한 씨름인이 도장을 열어 제자를 키우고 기업이 운영하는 팀 없이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다. 이홍기 씨름연맹 사무총장은 "연맹의 개혁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씨름인들이 있는 것이 사실지만 신생팀 창단이 어렵고 팬들이 씨름장을 찾지 않는 상황에서 최선책을 마련했다"며 "첫 시험대가 되는 보령대회의 성공 여부가 민속씨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