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거액의 빚을 진 채무자들이 파산신청으로 채무상환 의무를 벗어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새 파산법에 서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이에따라 이 법이 발효될 때까지 6개월간 부채 상환 의무를 피하려는 채무자들의 파산 신청이 폭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파산은 우리 법체계에서 항상 최종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누군가가 자기 빚을 갚지 않는다면 결국 사회의 나머지 사람들이 대신 그 빚들을 상환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회사들과 은행들이 지난 8년간 밀어붙인 이 법안은 일정수준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은 신용카드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 의료비 등을 법원이 명령한 파산계획 하에서 갚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 법이 채무자들에게 더 공정한 금융체계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오늘 서명하는 의회의 법안은 합법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사기를 저지르려 하는 사람들을 막고, 우리 금융체계에 더 큰 안정과 공정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법안 통과에 반대해온 사람들은 새 파산법이 아이를 가진 독신녀들이나, 소수민족들, 노인 등 저소득층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며 일자리를 잃고 엄청난 의료비에 직면한 사람들로부터 안전망을 제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기관들은 종전의 파산법이 도박사들과 충동구매자들, 아이들 양육비를 내지 않으려는 이혼 또는 별거남 등을 위한 최종 피난처가 됐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몇년간 너무 많은 사람들이 파산법을 남용했다"면서 "그들은 빚을 갚을 능력이 있을 때에도 부채상환을 피했다"고 말했다.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미국인들은 지난 2002년 6월1일~2003년6월30일 1년간 161만3천97명에서 그 이듬해 1년간은 159만9천986명으로 줄었다. 미국파산연구소(ABI)에 따르면 매년 일부 자산을 몰수당하는 대가로 자기 부채를 모두 탕감받았던 사람들의 4~20% 즉 3만~21만명이 앞으로는 새 파산법에 따라 파산 신청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파산 전문 변호사들은 앞으로 6개월간 파산신청이 폭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파산법에서는 연방 파산 판사가 파산 신청자 개개인이 자기 채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상환해야 하는 지 여부를 결정한다. 새 법에서도 불충분한 자산 또는 소득을 가진 사람들은 아직도 파산 신청을 할 수 있고 판사가 승인하면 일부 자산을 몰수당한 뒤 부채를 전액 탕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거주하는 주(州)의 중간 소득을 상회하는 소득을 가진 사람들로 5년에 걸쳐 최소한 6천달러(한달에 100달러)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판사의 명령에 의해 상환계획에 따라야 한다. 미국에서 파산법이 이처럼 대폭 개정된 것은 25년만에 처음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