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 교황에 선출된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과 전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보수주의적 교리 해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이후 일찌감치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이 유력한 후계자로 점쳐져 왔다. 라칭어 새 교황은 오랫동안 교황청의 신앙 교리를 담당하며 요한 바오로 2세 지근에서 조언자 역할을 해온 강경 보수파로 꼽혀 왔다. 그는 18일 교황 선출 콘클라베에 앞서 열린 특별 미사에서 파벌과 마르크스주의 같은 이념, 자유주의, 무신론, 불가지론(不可知論), 상대주의 등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며 교회의 절대적 진리 수호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임 요한 바오로 2세도 생전에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개방적인 면모를 보이긴 했지만 동시에 가톨릭 내부적으로는 극히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했었다. 그는 인위적 피임과 낙태, 혼외 성관계, 동성애 그리고 사제의 결혼과 여성 사제 서품 등에 완고한 입장을 고수, 때론 인권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전ㆍ후임 교황은 이에 따라 가톨릭내 혁신 세력의 비판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가톨릭내 반대파로부터 "세속적인 삶에 있어서는 인권을 옹호했지만 교화 자체에는 이런 신념을 적용하지 않은 모순을 드러냈다. 외부에는 개방되고 진보적인 인물로 비쳤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우 완고하고 보수적이었다"는 지적을 당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 내부의 중앙 집권체제와 권위주의적 구조를 강화했다는 비판도 받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바티칸의 권위과 종교 정통성 수호에는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적적 상대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 명료한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다. 라칭어 신임 교황도 전임자의 생각과 꼭 빼 닮은 정통 수호주의적 시각을 보였었다. 그는 18일 미사에서 "교회의 강령에 바탕을 둔 분명한 믿음을 갖는 것은 원리주의로 분류되는 반면 자신을 내던져 두고 '모든 가르침의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상대주의가 오늘날의 기준에서 수용되는 유일한 자세인 것 같다"고 경고했다. 그는 초보수적인 시각으로 인해 콘클라베 전 같은 독일 출신 추기경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라칭어 새 교황도 가톨릭 정통 수호와 교회 안팎 대중의 개혁적 요구를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키느냐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요한 바오로 2세의 경우 '행동하는 교황' 상, 그리고 젊은이들과의 대화 노력 등으로 자신의 보수성에 대한 비판을 완화시킨 만큼 신임 교황이 어떤 차별화된 노력으로 교회 안팎의 급변하는 변화들에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