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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지금이 변할 때다] (3) 과도한 계파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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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 현대자동차를 방문했을 때다. 당시 노대통령은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재계총수와 국내 최대 단일노조 대표가 무릎을 맞대는 자리인만큼 재계는 물론 노동계도 노대통령의 현대차 방문을 주목하고 있었다. 노사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간담회는 무산됐다. 간담회 1시간 전 노조에서 갑자기 불참통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대통령 일정을 조정하느라 청와대와 현대자동차에 비상이 걸렸지만 노조는 끝내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는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왜 거부했을까.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대통령이 대기업 노조를 매도했다는 것.그러나 실제로는 이상욱 당시 노조위원장이 속한 민주노동자투쟁위(민투위)의 현장 조직원들이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노동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만났다가는 다른 계파의 공격을 받아 노조 내 자신들의 입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간담회를 무산시켰다는 것. 대통령을 만나 노동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현안해결을 요구하는 것조차 뒷전으로 미룰 정도로 노조 내 계파간 경쟁과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한 노조원은 "현장조직들은 전체 노조를 생각하지 않고 조직의 생존에만 관심이 있다"며 "조직 내 보스가 위원장에 당선돼도 다른 계파에 책(?)잡힐 행동을 못하도록 감시와 견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강경노선을 추구하며 노사갈등을 빚는 이유는 핵분열처럼 갈라지는 계파에다 간부들의 정치성향 등이 뒤섞인 때문이라고 노동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계파간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하다 보니 선명성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노동운동이 전투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욱 위원장이 자신이 속한 현장조직의 입장 때문에 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것도 계파간 선명성 경쟁때문에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03년 위원장 선거때 "투쟁성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한 뒤 연합세력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쟁의 강도를 낮추기 어려운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계파간 경쟁 탓인지 정치판을 방불케 한다. 이 노조에는 15개 정도의 현장조직이 있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민투위를 비롯 민노투(민주노동자투쟁연대) 현지사(현장을 지키는 사람들) 현노신(현대자동차노동자신문) 미래회(미래를 여는 노동자회) 전국회의 자주회(현장활동 혁신을 위한 자주노동자회) 평등연대 노연투(노동자연대투쟁) 전민투 한길투 현노투 실노회(실천하는 노동자협의회) 등이다. 이 가운데 민투위 동지회 민노투 실노회 등 4∼5개 정도가 메이저.서로 견제를 하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데 가끔 공동보조를 취할 때도 있다. 87년 노조가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2개 계파에 불과했으나,운동노선에 불만을 품은 일부 조직원들이 뛰쳐 나가면서 마치 핵분열하듯 늘어난 것이다. 조직보스는 위원장에 당선되면 협상을 벌이는 책임자로 신분이 변한다. 따라서 현장 조직원으로 일할 때와는 달리 투쟁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현장조직원들은 위원장의 '변신'에 "맛이 갔다"며 등을 돌리기 일쑤다. 따라서 위원장 선거를 전후해 가장 활발한 이합집산이 이뤄진다. 현대차 노조에 계파가 많고 매년 파업에 시달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현대차의 현장조직은 적게는 수십명에서부터 많게는 수백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가담한 숫자는 노조 전체를 통틀어 1천여명에 달한다. 이 중 조직의 명령에 따라 적극적인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조합원이 적어도 5백여명,결사항전까지 가능한 사람은 3백여명에 이른다는 게 회사측의 분석이다. 현장조직에 가담한 조합원은 숫자는 많지 않지만 조직 내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일단 현장 조직이 없으면 위원장 당선은 꿈도 꿀 수 없다. 규모가 큰 메이저끼리의 연합은 웬만해선 이뤄지지 않는다. 누군가 위원장 출마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정치인 배출소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치집단화했다. 실제로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나면 울산지역 구청장,시의원 등에 출마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위원장을 지낸 이상범씨가 울산 북구청장을 지내고 있고 노조집행부 출신인 윤종오 김재건 김대영씨 등 7∼8명이 울산시 광역 또는 기초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조가 계파싸움에 휘둘리다 보니 현대차 노사문제는 회사 차원을 떠났다는 분석이 많다. 노사안정을 위해 요구되는 신뢰 투명경영 고임금 고용 등을 보장해도 현장조직을 위해 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은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의 안정을 위해선 노선투쟁 대신 실리 위주의 노동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치성향을 띠고 있는 노조 내 계파통합이 이뤄져야 노사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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