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까르푸 테스코 등 세계적 유통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글로벌화를 표방해 유럽 아시아 등으로 영토확장에 나선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독일 알디(ALDI) 등 현지 로컬업체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데다 진출 지역의 문화와 생활양식에 맞추는 현지화가 아직도 덜 이뤄져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 '유통 골리앗'은 안방인 자국에서는 독과점 규제 가능성과 저임금 등으로 입지가 갈수록 좁아져 글로벌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해외시장 부진은 이들을 한계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5일자)에 따르면 월마트는 독일에서 초저가 할인점 알디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알디는 유명 브랜드를 쫓아가기보다 적정 품질과 가격을 중시하는 독일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네슬레 니베아 같은 브랜드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대신 현지 생산업체와 직거래를 통해 들여온 상품에 자체 브랜드를 부착,판매하는 방식으로 '최저가'를 앞세운 월마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독일시장에서만 6억7천5백만달러의 적자를 낸 월마트는 이달 들어 1천여개 생필품에 대해 20% 이상 가격을 낮추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어떤 성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월마트는 또 일본에서 소매업체 세이유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현지화에 실패,오히려 적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세이유 적자는 지난 2003년 70억엔에서 2004년 1백23억엔으로 늘었다. 월마트의 철학인 '에브리데이 로 프라이스(Everyday Low Price:EDLP)'가 결국 '나쁜 품질'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읽지 못한 결과다. 세계 30개국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까르푸도 사정이 비슷하다. 작년 순이익이 15% 하락했던 까르푸는 최근 일본에서 8개 점포 전부를 매각하며 완전 철수했고 멕시코에서도 점포 29개를 매각,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면서 현지화보다는 본사 경영방침을 해외시장에서 그대로 관철시키려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이 회사 CEO에 취임한 호세 루이 듀란은 "각국 시장에서 톱3에 들지 못하면 시장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혀 해외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태국 등에서 선전하고 있는 테스코도 헝가리 등 중부유럽에서는 치열한 경쟁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코의 테리 리히 CEO는 "한 나라에서 잘 작동되는 운영시스템도 다른 나라에서는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며 "해외 진출은 소매업체들에는 아직 함정이 많은 비즈니스"라고 토로했다. '유통 골리앗'들의 문제는 이 같은 고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안방인 자국 시장에서 독과점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납품가격 인하 요구로 자국 제조업체들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테스코의 경우 영국 신선식품시장 점유율이 30%로 높아져 독과점 규제 가능성이 커지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마트는 대형 할인점을 기피하는 미국 내 정서와 저임금 문제 등으로 신규 출점이 쉽지 않은 데다 최근엔 노조설립 방해 혐의까지 문제돼 '반(反) 월마트' 기류가 형성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