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부터 5천원권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새로운 화폐(貨幣)를 발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화폐의 위ㆍ변조(僞ㆍ變造) 급증이 가져오는 사회불안이나 경제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생각하면 오히려 때늦은 조치라고 할수 있다. 실제 지난 98년 이후 발견되는 위조지폐가 급증하는 것을 보면 새 화폐발행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 외국의 경우 위폐방지를 위해 6~7년 주기로 화폐 도안을 변경하는데 비해 우리는 지난 83년 이후 화폐의 기본골격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지폐가 오래 쓰지 못하고 쉽게 더러워진다는 지적도 많았던 점에 비춰보면 새로운 디자인의 질 좋은 지폐발행은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새로운 지폐발행은 비용부담을 수반하게 된다. 실제 현재 사용되는 지폐를 모두 바꾸려면 신권 제조와 자동화기기 교체 등에 대략 4천7백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신권과 구권이 함께 사용되는 만큼 자동화기기나 자판기를 일시에 교체할 필요가 없고,무엇보다 위폐증가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부작용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가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실 그동안 상당한 논란을 불러왔던 화폐단위의 변경이나 고액권 발행 문제도 우리의 경제규모나 수준에 비춰보면 필요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과 천문학적인 비용부담을 감안하면 서두를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기왕에 새로운 디자인의 지폐를 발행키로 했다면 첨단(尖端)기술을 이용한 위·변조 방지기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깨끗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고품질의 지폐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매년 더렵혀지고 찢어져 못쓰는 지폐의 교환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면 이를 절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