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이 2002년 5백86개 노조를 대상으로 재정실태를 조사한 결과,비품조달을 노조 예산에서 충당하는 경우는 22.9%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77.1%는 회사에서 일부 또는 전체를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을 위해 필수적인 파업기금 역시 빈약하긴 마찬가지다.


파업기금을 조성한 노조는 조사 대상 가운데 41%인 2백42곳에 불과했다.


이들 노조의 적립금액 규모도 평균 7백10만원으로 웬만한 규모의 노조에선 단 하루도 파업을 벌이기 힘든 금액이다.


근로자 1천명 이상 대기업노조도 기금 적립액이 2천4백만원에 불과하다.


파업을 벌여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할 경우 조합원들의 임금 보전은 꿈도 꿀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개별노조든 산별노조든 모든 노조는 수백일 동안 파업을 벌일 수 있는 기금을 적립,사용자와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파업기금이 적립되지 않으면 자주성을 바탕으로 한 노사자치주의는 불가능하다"며 "실제로 일단 파업을 벌여놓고 파업이 끝난 뒤 생산장려금,분규타결 위로금 등 각종 수당을 요구하는 사업장이 많다"고 말했다.


상급단체 역시 재정독립이 안 돼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한국노총은 2003년 1월 3백30억원의 국고보조를 받아 서울 여의도에 중앙근로자복지센터를 짓고 있다.


한국노총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어용단체라고 비난했던 민주노총도 올해 사무실을 넓히겠다며 4백억원의 정부 보조금 지원을 요청했다.


민주노총측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은 근거가 없다"며 "노동자가 낸 세금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는 올해 민주노총에 10억원,한국노총에 30억원의 예산을 편성,지원 중이다.


이처럼 재정이 빈약하다 보니 우리나라 노조는 수익사업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규모가 큰 노조에서는 소비조합 신용협동조합 자판기사업 등 각종 수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을 제대로 남기는 노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조가 수익사업에 몰두할 경우 이권개입,청탁비리 등 도덕적인 문제에 휘말려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김정한 연구위원은 "이제는 사용자의 경비 원조에서 과감히 벗어나 노조 스스로 재정자립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