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의 국회 로비자금 수천~수억원대의 일부로 추정되는 후원금 증거자료가 나왔다. 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1월 25일 오전 9시~11시 사이에 부산지방세무사회 소속 세무사 44명의 명의로 부산 대연동(부산세무사회관 소재지)에 위치한 은행과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에서 당시 한나라당 법사위 소속 김용균 의원에게 각 10만원씩 총 440만원을 일제히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이 입금된 시기는 세무사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재경위를 통과하여 법사위에 계류 중이던 때로, 당시 세무사회는 원안대로 세무사법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정구정 세무사회장은 이와 관련 "국회에 로비했다. 하지만 투명하게 합법적으로 했다"고 밝힌바 있지만 이건 후원금 입금 내역을 보면 합법을 가장한 로비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44명이 낸후원금입금시기, 장소, 필적 일치 우선, 세무사들이 후원금을 낸 시기가 11월 25일에 집중돼 있다. 그것도 수초의 간격을 두고 한꺼번에 동일한 금액으로 입금됐다. 입금장소도 부산세무사회가 위치한 대연동 일대 금융기관으로 집중돼 있다.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의 당시 지역구는 이 지역과는 동떨어진 경남 산청·합천이다. 타 지역 국회의원에게 세무사 44명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그것도 동일한 필체의 "세무사 000"명의로 10만원씩의 후원금을 낸 것이 과연 순수한 후원금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본지 취재결과, 이 돈은 같은 날 세무사회 모 임원이 인출해 간 1,500만원의 일부로써 세무사회 본회가 부산세무사회의 사무국 직원을 시켜 뭉치 돈으로 입금시켰음이 명백해 보인다. 전국 세무사회원의 인적사항은 세무사회에 보관돼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다. 입금시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산 대연우체국에서 유00세무사 오전 10시 44분, 권00세무사 10시 45분, 안00세무사 10시 46분, 이00세무사 10시 46분 등으로 수초에서 수분 사이에 입금됐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세무사들이 김용균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낸 시기는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 회부돼 심의를 기다리던 시점이었으며, 김 의원은 당시 법안심사 제2소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정구정 회장 "나는 모르는 일" 하지만 정구정 세무사회장과 부산지역 해당 세무사 일부는 입을 맞춘 듯 '오리발'로 일관하고 있다. 정구정 한국세무사회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다. 회원들이 후원금 낸 것을 회장이 어떻게 다 아느냐"며 "후원금을 낸 세무사들한테 물어 보라"고 말했다. 해당 세무사들은 조세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용균 의원에게 직접 후원금을 송금한 사실은 있지만 장소는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했다. 또 기자가 ‘대연동에서 입금됐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집이 대연동”이라거나 “지나가는 길에 입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금증에 실명이 기재된 K세무사는 “김용균 의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정치후원금을 송금한 적이 없다”는 증언을 했다. 그는 “울산시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 대연동에는 갈 일도 없다”며 자신의 이름으로 대연동 00은행에서 정치인에게 돈이 송금됐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확인결과 부산지역에서 이 세무사와 동명이인은 없었다. 또 다른 C세무사는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송금한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내 명의를 빌렸을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누군가가 이들 세무사들의 명의를 도용해 일제히 송금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김용균 전 의원은 이와 관련 부산지역 세무사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뒤 “13대 국회 때 부산지역에서 활동해 아는 사람이 많다”며 “세무사회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남 산청·합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에게 부산 대연동에서 세무사 44명이 무더기로 후원금을 제공한 것이 과연 세무사회와 관련이 없을까? 빙산의 일각 - 검찰수사 급물살 탈 듯 당시 세무사회는 세무사법개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당시 재경부에서의 정부입법안 성안이 실패로 끝나자 재경위 소속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의 주도로 개정안이 의원입법 됐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번 후원금은 빙산의 일각임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세무사회장을 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박상근 전 감사는 "당시 조성된 거액의 예산 중 수억원은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사용됐고, 나머지 수억원은 임원이 횡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근 전 감사는 2004년 2월, 7월과 금년 1월 세차례에 걸쳐 "세무사회 돈 4억원+알파(α)가 행방불명 됐다"며 정구정 세무사회장을 횡령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또 정구정 세무사회장은 지난 2월 22일과 23일 이틀간에 걸쳐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세무사회원보수교육(세무사 2천여명 참석)에서 자신이 돈을 횡령한 것이 아니라 "지난 2003년 세무사법 개정시 국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는데 썼다"고 밝혔다. 세무사회는 당시 세무사법 개정을 위해 세무사회 예산과 별도로 전국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2억7천여만의 특별회비를 걷은 바 있다. 한편, 세무사회 감독기관인 재경부와 국세청은 이른바 '세무사회장 횡령사건'이 세무사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특별감사 조차 실시하지 않는 등 방관하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종합해 보면 정구정 세무사회장이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여 검찰수사를 지연시켜 왔으나, 금명간 검찰 인사이동이 완료되면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조세일보 / 주효영 기자 fatum@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