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태 < 삼일회계법인 대표 ktahn@samil.co.kr > 과거 회계분식이 향후 2년간 유예하는 것으로 어렵사리 정리됐지만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은 이제 본격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실질적으로 세계 두 번째 집단소송제 도입 국가지만 우리의 열악한 현실을 생각해 보면 회계업계의 걱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72개 회계법인 중 60개가 인원 50명 이하의 소규모 법인이며,국내 회계법인의 자본금을 다 합쳐도 웬만한 중견 상장사 자본금 수준인 6백3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사례에 비춰 볼 때 집단소송 한두 건이면 전체 회계사 업계가 파산 상태에 빠질 정도다. 지난 달 고려대에서 '국내 회계감사 시장과 적정 회계감사보수'란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국내 회계감사 보수가 미국이나 일본의 20% 수준으로 감사 품질을 개선하는 데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기업 이사회나 감사위원회 등의 사전 감시 기능보다는 사후에 샘플 감사로 이뤄지는 외부 감사에 더 무거운 책임을 부여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로 회계사업이 3D 업종이라고 불리는 등 과거와 달리 회계사를 지망하는 우수한 대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유능한 인재가 회계사업을 외면한다면 아무리 회계 관련 법령을 잘 만든들 국가 회계 투명성을 바로 세우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계업계 스스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회계업계에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절실히 요청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회계법인이 져야 하는 과중한 법적 책임문제다. 집단소송법에서 회계법인에 부당 회계를 감행한 회사와 연대책임을 지게 하는 규정은 각자의 책임을 공정하게 따지고 그에 비례해 책임을 묻는 비례책임제로 필히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회계법인 손해배상 책임의 상한제 역시 시급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이 일반화한 글로벌 경제 아래에서 이제 회계사업은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회계법인만 해도 국내에서의 활동 못지 않게 전 세계 20여개 도시에 30명 이상의 요원을 상시 파견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투자,조세 및 경영에 관한 자문에 응하고 있다. 외국에 비해 아직 영세한 국내 회계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