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5백억원 미만의 소형주는 아직도 국내 증시에서 버려진 종목들이다. 작년 8월 이후 1백% 넘게 급등한 소형주가 속출했지만 여전히 저평가된 종목들이 널려있다. 지금 조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5월부터 우량 저평가 소형주들이 2차 랠리를 시작할 것이다." 이택환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의 '소형주 예찬론'은 확신에 차 있다. 그는 작년 8월16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형주만 골라 투자하는 '유리스몰뷰티펀드'를 출시,지난 15일까지 8개월 만에 86.9%의 누적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작전'과 '더블 아니면 반토막'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돼 왔던 소형주를 '작지만 아름다운 주식들'로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최근 3~4년 동안 국내 증시는 대형주만 선호되고 중·소형주는 소외당했던 '절름발이 시장'이었다고 규정한다. 소형주 종목수는 현재 전체 상장기업(코스닥 포함)의 70%를 넘는다. 절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이들은 증시에서 외면을 받아왔다. '유리스몰뷰티펀드'를 준비하던 작년 5월 그가 투자대상종목(바스켓)으로 선정한 2백개 소형주는 배당수익률이 4.8%에 달했지만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7배와 0.3배에 불과했던 게 단적인 예다. "지난 2000년 이후 대형주를 좋아하는 외국인만 우리나라에서 주식을 사고,중·소형주를 선호하는 기관과 개인은 팔기만 했다. 이 때문에 거래량이 적은 소형주는 특히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과매도된 상태였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가 고착화되면서 이제는 소형주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소형주라도 배당수익률이 높고 저평가된 종목만 잘 발굴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채권수익률 이상을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형주가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그의 종목 선정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그가 매수하는 소형주는 PER와 PBR가 5배와 1배를 절대로 넘지 않는다. 또 시가총액 20% 이상의 잉여현금도 갖고 있어야 한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8% 이상이어야 하며,대기업이 진출하기 힘든 업종에서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알짜자회사 주식이나 장부가보다 시가가 월등히 높은 토지 등 '감춰진 자산'을 보유한 종목일수록 더욱 좋다. 그는 "무엇보다 매출액 성장률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보다 높은 성장성을 갖춰야 한다"며 "이런 소형주야말로 하락장에서도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종목찾기에는 많은 발품이 들어간다. 이 본부장은 그의 3명의 팀원과 함께 작년 5월부터 석달 동안 전국 방방곡곡의 3백개 소형기업을 탐방했고,지금도 1주일에 3~4개 기업을 방문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최근 10년 동안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소형주가 많이 포진된 저PBR·고배당주 상승률은 5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종합주가지수를 항상 앞서 왔다"며 "5월부터는 우량·고배당 소형주가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 1987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96년 신영투신운용 설립과 함께 주식운용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펀드매니저가 됐다. 지난 2003년부터는 유리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