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자 8명이 18일 발행된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 3곳에 일제히 이름을 올려 `과학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연세대 이명수 교수ㆍ오남근 박사 연구팀, 서울대 김재환ㆍ조은정ㆍ김성태ㆍ윤홍덕 교수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창원 교수와 한양대 배상철 교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공동 논문 3편은 네이처 머티리얼 사이언스,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각각 실렸다. 국내 과학자들의 논문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저널에 이처럼 한꺼번에 많이 실린 것은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최근 한국의 과학기술력이 한층 높아졌음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강창원 KAIST 교수와 한양대 배상철 교수는 일본 과학자들의 `류머티즘 환자에서 나타나는 FcRL3유전자 변이'에 관한 공동연구에 참여, 논문저자 목록에 올랐으나 주저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유전자 조절 단백질의 생체에너지 감지 메커니즘 세계 첫 규명 음식을 먹으면 인체내 에너지가 증가하고 동시에 유전자의 발현도 늘어난다. 즉 인체내에서 증가한 에너지는 결국 유전자의 활동을 높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 것일까. 이 숙제를 풀면 필요이상의 음식을 섭취하는 현대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비만, 암 등 고에너지성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암연구소 윤홍덕(尹鴻悳ㆍ40) 교수팀은 체내에서 에너지 높낮이를 인지해 유전자 발현에 반영하는 `CtBP'라는 단백질이 어떻게 에너지를 감지하는 지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그간 생체 에너지 대사효소로만 알려졌던 `CtBP'라는 단백질이 체내 에너지 통화물질(通貨物質)인 `NADH'(니코틴아미드 디뉴클레오티드)의 농도를 감지, 유전자 발현 활성 단백질인 `p300'의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생체 에너지가 p300 단백질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학문적 개념을 세계 최초로 세운 데 의미가 있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현대인들은 필요 이상의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비만, 암과 같은 고에너지 관련성 질환에 더욱더 노출되고 있어 이런 질환의 예방과 치료 신약시장도 급증하고 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생체 에너지의 유전자 발현 직접 관여 메커니즘은 비만 관련 질환의 예방과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CtBP 단백질이 정상적인 세포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암 세포를 치료하는 신약개발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윤 교수는 밝혔다. 이번 연구에 관한 논문은 18일 발행된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지에 실렸다. ◆세포막 통로를 형성하는 분자 튜브 개발 병원균의 세포막이나 감염된 세포의 막에 통로를 만들어 세포안의 내용물을 밖으로 빠져나오도록 함으로써 세포의 활동을 제어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연세대 화학과 초분자나노조립체연구단 단장 이명수(李明洙ㆍ44) 교수 연구팀은 생체내의 세포와 친화력이 큰 튜브 형태의 분자 집합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이 분자튜브를 통해 이온들이 세포 안과 밖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암 세포 등 특정세포의 제거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분자튜브를 암세포 등 병원균의 세포막에 인위적으로 세포 내용물이 통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세포내의 물질을 외부로 이동시켜 결국 병원균을 죽게 만들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의 내부 물질을 세포 외부로 이동시켜 병원균을 제거함으로써 항생제 내성이 있는 병원균 혹은 감염된 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차세대 항생제 개발을 위한 원천 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분자튜브가 특정 병원균에 선택적으로 붙을 수 있게 하고 부작용 등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2∼3년내에 분자튜브를 이용한 항생제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에 관한 논문은 18일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머티리얼즈' 온라인 판에 발표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