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단행된 서울시내 대중교통 체계 개편의 밑그림을 그렸던 김경철 서울시 대중교통연구단장(45)은 요새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50년 만에 처음인 대수술인 까닭에 혼란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했고 이 때문에 언론의 뭇매도 맞았지만, 시행 1년도 채 안돼 여기저기서 칭찬과 주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도시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김 단장은 부쩍 바빠졌다.


김 단장은"서울의 대중교통 개편은 교통정책과 IT(정보기술) 산업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주목하고 있다"면서 "국내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벤치마킹 모델로 삼겠다는 의뢰가 밀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체계 개편 이후 서울의 대중교통은 초기 혼란을 극복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전보다 시내 주행속도가 빨라지고 대중교통 이용객과 환승객이 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중국 베이징,독일 베를린,태국 방콕 등이 서울로부터 대중교통 체계에 관한 교훈을 배우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단장에 따르면 서울의 개편 모델 중에서도 특히 교통카드 시스템,환승 무료,버스종합사령실 등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김 단장은 베이징시의 경우 "서울의 일원화된 버스 카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하고 "최근 베이징시와 체결한 협력 양해각서를 시작으로 서울시의 노하우가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관련 기업들의 기술과 장비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으쓱해했다.


김 단장은 다음달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5월11∼15일 독일 베를린과 19∼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리는 교통 관련 세미나에서 서울의 버스시스템을 소개 발표한다.


6월 초에는 태국 방콕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맡는다. 이밖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되는 세계대중교통협회(UITP) 회의에서도 '서울시 교통정책과 IT'란 주제 발표가 예정돼 있다.


김 단장은 지난해 개편 초기 언론의 호된 질책을 당하면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의 언론이 눈앞에 보이는 혼란상만 부각시키느라 장기적 성과는 미처 보지 못했다"며 "언론이 사안의 본질을 짚는 데는 너무 소홀했던 것 아니냐"고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김 단장은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 개편이 성공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앞으로 남은 과제로 버스 노선과 배차간격 조정,중앙 버스전용차로 확대,서울∼경기∼인천을 잇는 수도권 교통체계 통합 등을 꼽았다.


특히 아직 시민들이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요금체계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글=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