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이 감독당국의 정책에 적극 순응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을 인수한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은 지난 15일 트레이스 클라크 그룹 홍보부문 최고책임자를 제일은행 이사회의 이사로 선임했다. SCB는 또 국내 대기업 임원을 역임한 내국인 1명을 이사회 구성원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제일은행의 이사회는 카이 나고왈라 이사회 의장과 존 필메리디스 은행장 등 외국 국적자 5명과 오갑수 이사회 부의장을 비롯한 내국인 5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SCB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구성은 감독당국의 방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세계 어디서든지 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SCB의 핵심 경영지침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3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준경 거시.금융경제부장을 사외이사로 영입, 내국인 이사진을 충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또 상근감사위원에 이길영 전(前)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장을 선임했다. 이로써 한국씨티은행의 이사진은 하영구 은행장 등 한국인 6명과 리처드 잭슨 부행장 등 외국 국적자 8명으로 구성, 내.외국인 간 수적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게 됐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업의 특성상 감독당국과 매끄러운 관계를 맺는 것은 필수"라며 "시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외국계'라 하더라도 당국과의 관계설정 부분에 있어서는 국내 은행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열린 존 필메리디스 신임 제일은행장의 취임식에 참석한 머빈 데이비스 SCB 회장은 "제일은행 인수 과정에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SCB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은행의 큰 재산"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준구 기자 rj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