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와 왜곡 교과서 등 과거사 문제로 우리나라의 정면반발에 부닥친 일본 정부가 최근 잇따라 화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정부는 냉담하면서도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고바야시 유타카(小林溫) 일본 자민당 참의원은 지난 8일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총리가 한일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의원은 또 "모리 전 총리는 자파 소속 의원 및 각료들에게 `더 이상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말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의원을 만나 모리 전 총리가 지난 7일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한국을 자극한 인사에 대한 문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까지 했다. 비록 고이즈미 총리 등 책임있는 일본 당국자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은 아니지만 화해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인 것 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도 13일 `독도수호 및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대책 국회특위'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1945년까지 한국인에게 대단한 아픔을 드린데 반성한다"며 "양국 정상회담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성섞인 언급을 했다. 일본 정.관계가 동시에 `화해의 손짓'으로 우리 정부의 반응을 떠보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이런 와중에 14∼15일 서울에서는 양국의 내로라 하는 재계의 거물들이 대거 참석하는 한일.일한 경제인회의가 열려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우리 정부가 양국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도 경제.문화교류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이른바 `투트랙' 외교를 내세우긴 했지만 경색된 양국 관계문제를 극복을 촉구하는 내용도 이 회의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화해의 틀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는 자리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이 일본발 화해 메시지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일(對日) 기조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4일 "각료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망언각료 문책설'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법을 언급했다. 반 장관은 그러면서 "왜곡 역사를 청소년에게 가르치지 않고 역사를 있는대로 바르게 기술하는 시정조치는 물론 (우리나라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독도에 대해서도 더 이상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일본이 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제시했다. `망언'각료 문책이라는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근시안적 대책으로 일본의 비뚤어진 과거사 인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반성에 따른 실천이라는 근본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일본의 잇단 유화제스처가 한일 갈등이 과거사 문제로 인해 한중 갈등으로 이어져 일본이 동북아의 미아신세가 될 처지에 놓인데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도 거의 물건너 가고 있는 상황 등 일본정부의 주변국과의 관계개선 시급성에 따른 이른바 `속임수 동작'이 아니냐는 인식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천을 강조하는 우리 정부와 이를 방관한 채 말로만 떼우려는 일본 정부의 과거사 해법에 대한 온도차로 인해 양국간 접점찾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