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시장 전면 개방(관세화)을 10년간 미루는 조건으로 중국산 사과 배 등 과일 수입 '해금'을 검토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쌀 협상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쌀 협상을 벌이면서 "전면 개방을 재유예하는 대가로 다른 품목을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다. ○이번엔 중국산 과일 '비상' 이명수 농림부 차관은 "쌀 관세화 재유예를 얻어내기 위해선 개별 협상국들의 다른 품목에 대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쌀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윤장배 농림부 통상정책관도 "중국이 요구한 사과 배 등의 수입위험평가(검역)를 시작하더라도 소요 기간이 길고,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입이 불허될 수 있다"며 "이번 조치로 중국산 과일의 수입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칠레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과수 농가들의 예민한 반응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는 양벚(체리)이나 리치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중국산 사과 배의 수입이 현실화되면 과수 농가엔 치명타다. 중국은 칠레 등과 달리 거리가 가까워 신선도 유지나 운송비 등에서 훨씬 유리한데다 가격도 국내 사과·배 값의 절반도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국내 가격과의 차이 만큼 관세를 매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공급 과잉에 따른 국내 과수 농가의 피해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사과(4만1천가구)와 배(4만7천가구)의 과수 농가는 작년 기준으로 9만가구에 달해 전체 과수 농가(24만7천가구)의 36%를 차지한다. ○쌀 국회 비준에도 부담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승인받은 쌀 관세화 유예 협상안을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올려 비준 동의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사과 배의 수입검역 허용 등 개별 국가에 대한 양보안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부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쌀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국회에 반대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6월 국회의 비준동의 성사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고민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늦어지면 올해 약속한 의무수입량(국내 소비량의 4.4%)의 수입에 차질이 불가피해 협상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최악의 경우 금년안에 비준동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관세화(전면 개방)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