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2일 외환 불법송금, 부동산투기 등 8개 분야에 걸친 탈루소득자에 대해 개청 이후 최대규모의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배경 = 국세청 본청과 6개 지방청이 망라된 이번 세무조사는 음성탈루를 통해 부당하게 만연돼온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철퇴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주성 국세청장이 "소득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높은 소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음성탈루소득자에 대해 엄정하게 과세해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청장은 "최근 우리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변칙적인 탈세소득으로 국민적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조사는 지난 3월15일 취임한 이 청장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여느 세무조사와는 달리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대상 = 전체 조사대상은 8개 분야 270명 수준이다. 국세청 전산망에 구축된 부동산거래.외환거래.해외부동산취득 자료와 탈세제보를 통해 불성실납세 혐의자를 1차선별한 뒤 현장확인을 거쳐 최종대상자가 정해졌다. 우선 국내의 탈세소득을 국외로 빼돌린 불법 외환유출 혐의자 77명이 대상에 올랐다. 이중에는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고액 해외송금자 21명, 해외부동산 불법취득자 32명, 해외직접투자를 위장한 불법 외화유출 혐의자 10명 등이 포함됐다. 해외에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 기업질서를 문란케 한 경우도 조사대상에 올랐고, 재산형성 과정이 불투명한데도 소비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고소득 자영업자 27명도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폭력조직과 연계됐거나 신용카드 변칙거래 등 혐의가 있는 대형 유흥업소 47곳중 휴업중인 곳을 뺀 45개 업소에 대해선 11일밤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격적인 방문조사가 이뤄졌다. 여기에 원금의 수백%가 넘는 고이자를 챙겨온 악덕고리사채업자 50명과 변칙적인 자금거래를 통한 사전상속 혐의자 23명도 포함됐다. 부동산 분야로는 ▲상가. 모텔.고급빌라 등 신축분양 및 건설업자 ▲투기조장 및 탈루 혐의가 있는 기획부동산업체와 지가급등지역 부동산투기 혐의자 ▲지방이전을 위장해 부당감면을 받은 혐의가 있는 건설업체 등 23명이 조사선상에 올랐다. ◇탈루사례 = 국세청의 사전조사 결과, 제조업체 사장 C씨는 해외사무소 경비 로 위장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에 체류중인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수법으로 모두 220만달러에 달하는 고급주택 3채와 500만달러 규모의 건물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소재의 한 유흥업소는 성인오락업계 및 조직폭력조직이 실제 소유주인데도 종업원 명의로 개.폐업을 반복하고 봉사료 변칙계상 등을 통해 특별소비세 7억여원을 탈루한 혐의가 확보됐으며, A씨는 법망을 피해 주변인물 5명의 명의로 45만달러를 분산송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또 제조업체 대표 P씨는 부인 소유의 주유소 등을 통해 190여억원의 가짜세금계산서를 취득하는 방법으로 기업자금 220여억원을 불법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점은 없나 = 이번 세무조사는 자영업자, 부동산업자, 유흥업소 등 음성탈루소득자들이 대거 조사대상에 올랐으나 특히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기업 등 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건드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청장도 "향후 세원관리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 높은 납세성실도가 요구되는 대기업의 변칙적인 기업자금 유출 및 사전상속 등에 대해서도 세무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제가 회생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 대기업 등 재계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칼날을 겨누지 않은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