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해외에 수출하는 기름값보다 국내에 최소 10%를 더 받고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얘기나누겠습니다. 박성태 기자입니다. 박 기자, 먼저 기름에 내수용, 수출용은 어떤 말인가요? 기자-1> 네. SK,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회사들은 대부분 두바이에서 원유를 들여옵니다. 이 원유 상태로는 사용을 못하고 원유를 정제공장에 넣어 휘발유, 경유, 벙커C유 등 필요한 기름을 뽑아내는데요. 이를 다시 국내에 판매하기도 하고 또 남은 것은 해외에 판매하기도 합니다. 국내 판매분을 내수용, 해외 판매분을 수출용으로 구분합니다. 앵커-2> 여기에서 수출용을 내수용보다 더 비싸게 판다는 얘기군요? 기자-2> 그렇습니다. SK, S-OIL 등 국내 5대 정유회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유사들이 똑 같은 기름을 해외에는 싸게, 그리고 국내에는 비싸게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K는 무연휘발유 기준으로 지난해 평균 배럴당 5만6천977원에 수출했는데요. 내수용으로는 배럴당 6만2천380원에 팔았습니다. 평균 9.5%를 비싸게 팔았습니다. S-OIL도 무연휘발유의 수출용 평균 판매단가는 배럴당 5만3천542원이었으나 내수용 판매단가는 배럴당 6만2천380원으로 무려 16.5%가 내수용이 더 비쌌습니다. 경우도 마찬가지로 SK가 내수용이 7.6%, S-OIL이 9.3%가 더 비쌌습니다. 국내 점유율 2위인 GS칼텍스는 비상장사로 따로 사업보고서가 발표되지 않아 자료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현대오일뱅크의 경우는 특이하게 수출가격이 더 비싸게 나왔는데요. 이는 수출이 극히 소량으로 일부 판매처에 비싸게 들어가는 것으로 따로 대표성은 없었습니다. 앵커-2> 국내 가격이 수출 가격보다 더 비싸다? 업체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텐데요? 기자-2> 네. 업체들이 대는 이유는 일견 타당합니다. 국내 가격은 저장비, 운송비등 국내 유통비가 들기 때문에 단순히 배에 실어주기만 하면 되는 수출에 비해 비용이 훨씬 더 든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내수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는 해명입니다. 또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출 가격은 많이 올렸지만 상대적으로 내수 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며 국내 시장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SK를 예로 들었을 때 평균 배럴당 판매단가는 지난 2002년과 비교했을 때 내수용이 28%가 올랐지만 수출용은 49%가 올라, 내수용이 덜 오른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간 업체들의 국내 가격 경쟁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유사들이 예전부터 과도하게 얻고 있던 고마진이 전혀 축소되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가 기름값은 과도하게 올리거나 또는 고마진 상태로 유지하고 시장을 나눠먹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앵커-3> 시장을 나눠먹고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이죠? 기자-3> 지난해 기준으로 정유업계의 배럴당 수출 정제 마진은 약 6.60달러였는데요. 내수마진은 18.00달러에 달했습니다. 마진 차이는 약 11.4달러입니다. 지난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출 정제마진이 2.9달러 정도 올랐는데요. 역시 마찬가지로 내수 정제마진도 그만큼 올랐습니다. 수출시장이야 중국 호황으로 공급이 모자라는 호황이지만 내수시장은 유가 급등에 따라 오히려 수요가 줄었는데 마진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사실 유가가 급등하기 전에만 하더래도 정유업계의 수출시장은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도한 시설 경쟁으로 공급은 늘어났는데 그만큼 수요는 없어서 남는 기름은 해외에 손해를 보고 팔 수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내수가 버팀목이 됐던 SK나 GS칼텍스는 그나마 나았지만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S-OIL, 인천정유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때는 어쩔수없이 업체들이 수출에서 손해보는 마진을 내수시장에서 충당했는데요. 이때부터 형성된 국내 시장의 고마진 구조가 최근 유가 급등으로 수출 시장에서 충분한 마진이 확보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경제논리상 업체들이 수출 시장에서 이익이 많이 남으면 이를 이용해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국내 가격 경쟁도 있을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주유소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2년 1월 SK가 36%, GS칼텍스가 26%, 현대 21%, S-OIL 13%를 기록했던 주유소별 폴사인은 3년동안 거의 변화가 없어 2005년 1월에도 SK가 35%, GS칼텍스가 27%, 현대오일뱅크가 20%, S-OIL이 13%를 기록했습니다. 주유소 개수는 3년간 5백여개가 늘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각 업체별로 나눠먹고 있었습니다. 경쟁이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앵커-4> 결국 경쟁이 활성화되면 가격이 내릴텐데 그러지 않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따로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4> 실상 정유사들이 고유가에 편승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은 지난해 산업자원부 국감에서도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유회사들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만큼 폭리를 취한다는 것은 기준이 애매하고요. 중요한 것은 경쟁이 활성화되서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을 벌이고 그만큼 소비자로서는 제품을 공정경쟁속에서 적정한 가격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데요. 이 경쟁이 제한돼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주유소 업계에서는 주유소는 망해도 정유사는 망할 일이 없다고들 하는데요. 이는 실제 소비자들을 대면하는 주유소는 업소마다 가격 경쟁을 벌이지만 정유사의 가격은 은폐돼 있고 또 실제 경쟁자체도 없다는 데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주유소는 위치 등에 따라 땅값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주유소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어 실제 소비자들은 어느 회사의 기름이 더 싼 지는 알기가 어렵게 돼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점에 주목하고 올 3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정유업계의 독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5> 네. 박성태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