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의 태릉선수촌 입촌 집단 거부사태는 남자팀 사령탑으로 컴백한 김기훈 코치 선임에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10일 오후 5시로 예정됐던 선수촌 소집에 응하지 않은 선수는 `간판' 안현수(한국체대)를 제외한 이승재와 송석우(이상 전북도청), 서호진, 이호석(이상 경희대),오세종(동두천시청), 조남규, 송경택(이상 단국대) 등 모두 7명.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불과 10개월 앞두고 발생한 이런 불미스런 사태는대한빙상경기연맹의 이주 초 코치진 선임 발표 직후 사실상 예견됐다. 빙상연맹이 '선수 시절 뛰어난 경기력과 지도력, 중립적 인사' 등을 선임 이유로 밝혔지만 이에 수긍하는 대표 선수와 빙상인들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 김 코치는 `92알베르빌 대회 2관왕(1,500m, 5,000m 릴레이)에 이어 `94릴레함메르 대회 1,000m 금메달 등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던 왕년의 스타. `쇼트트랙 대부' 불리는 전명규(한국체대 교수) 전 감독이 물러난 2002년 7월남자팀 지도자로 전격 발탁된 김 코치는 2004세계팀선수권 우승과 같은해 세계선수권 5개 종목 금메달 석권 등으로 `스타 플레이어가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포츠계의 속설을 무색케 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해 10월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전지 훈련 직전 불거졌다. 김 코치는 아버지 회사의 스케이트를 선수들에게 신게 했다는 사실이 당시 강화위원장을 맡았던 전명규 전 감독이 선수들의 자술서를 받아내면서 확인됐고 결국 물의에 빚은 것에 책임을 지고 등 떼밀려 사퇴했던 것. 또 특정 선수를 위주로 한 김 코치 대표팀 운영 스타일도 문제가 됐다. 각종 국제 대회에서 한 선수 밀어주기식으로 작전을 짜 다른 선수들은 사실상들러리를 서며 희생을 강요당했다는 게 입촌거부 가담 선수들의 주장. 세계 최강의 한국을 견제하는 캐나다와 미국 등과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팀플레이 수준을 훨씬 넘어 특정 선수 `메달 만들어주기식' 운영에 선수들의 불만은 결국 폭발했다. 앞으로 남자 대표 8명 중 최종 5명을 토리노올림픽 대표로 뽑고 실제 올림픽 경기 중에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김 코 사임 과정에 자술서를 썼던 3명이 현 대표팀에 포함돼 있어 이들 선수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선수들의 집단 행동의 다른 원인이 됐다. 집단 거부에 참여한 한 선수는 "가문의 영광이나 다름없는 국가대표로 뽑혔는데 내가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 어떻게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겠는가. 내가 최종 5명에 뽑히지 않더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팀을 운영한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김 코치 임명 철회를 거듭 주장했다. 또 빙상연맹이 물의를 일으킨 김 코치를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령탑으로 발탁한 데는 특정인의 입김과 연맹의 독선이 작용했다는 데도 선수들은 강한 불쾌감을드러냈다. 대표 선수들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고 무리한 코치 발탁으로 이번 사태를 자초한 빙상연맹이 어떤 `솔로몬의 지혜'로 위기를 헤쳐갈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