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사할린 유전사업개발과 관련,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에 620만 달러의 계약금 대출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대출조건으로 내건 한국크루드오일(KCO)의 지분정리에 대한 확인절차도 없이 부실 대출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러시아 유전개발의혹 진상조사단(위원장 권영세)은 8일 오후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을 방문, 현장조사를 벌인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권영세(權寧世) 위원장은 "철도재단은 지난해 9월 14일 우리은행에 보낸 `러시아 유전회사 인수관련 차입 요청' 공문을 통해 KCO의 지분 95%를 확보했다고 밝혔고이에 따라 다음날 우리은행은 620만달러 대출승인 결정을 내렸다"면서 "그러나 실제철도재단이 KCO의 지분 95%를 확보한 날짜는 16일이었으며 우리은행도 대출승인 이틀 뒤인 17일날 공문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애초 우리은행이 철도재단의 유전개발 전담 자회사인 KCO의 주요주주인 전대월하이앤드 사장, 권광진 쿡 에너지 대표가 부도와 신용불량으로 신뢰성이 의심되는만큼 이들의 지분 정리를 대출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승인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사단 관계자는 "우리은행측이 제출한 철도재단의 14일자 차입요청공문에는 KCO 지분 95%를 확보했다는 법무법인의 확인서를 첨부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17일자 확인서가 첨부돼있다"면서 "이는 서류를 통째로 조작한 의혹이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함께 철도재단이 계약금 대출을 신청하면서 철도청장 명의의확약서(Letter of Comfort)를 제출한 것과 관련, "정부기관이 대출보증을 서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확약서라는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은행도 정부기관에 대해 `확약서'를 받고 대출해 준 경우는 최근들어 없었다는 점을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측은 철도재단이 작년 9월14일 대출을 신청하면서 보낸 공문과 관련, "법무법인에 유선으로 확인한 결과 지분을 이전하는 절차를 처리하고 있다는 답변을 확인하고 업무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은행측은 또 "KCO는 이번 대출의 차주(돈을 빌려쓴 사람)나 보증인이 아닌만큼대출전 지분정리가 대출결정에 꼭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 참고사항"이라며 "철도청이우리은행의 의견을 수용해 지분인수 절차를 진행중이었고 이같은 내용을 확인한만큼여신결정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는 정상적 대출"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사단은 우리은행에 이어 안양시의 한국석유공사를 방문,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석유공사측은 조사에서 권광진씨가 러시아 사할린 6광구 유전개발 참여를 제안해온 데 대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면서 "이후 권씨가 철도재단과 함께 석유개발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을 알지 못해 철도청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