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는 GM의 추락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하락,악화일로인 경영실적 등 GM이 안고 있는 문제를 보면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언저리까지로 추락한 것은 언젠가는 닥쳐올 재앙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증권사와 투자은행들은 GM에 대한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속속 낮추고 있다. 지난해 말 40.06달러였던 GM 주가가 6일 현재 29.86달러로 올 들어서만 25.4%나 떨어졌지만,이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는 최저 25달러로 낮아졌다.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다. GM이 시장에서 얼마나 냉대를 받고 있는가는 리먼 브러더스의 평가 변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회사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GM에 대한 보고서에서 "미국 내 생산 감축과 가격 하락에도 불구,해외판매가 늘고 있고 금융자회사가 튼튼해 수익과 현금 흐름이 탄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54달러에서 58달러로 높였다. 그러나 올 3월에 나온 리먼의 보고서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이 보고서는 "배당이 줄 것으로 보여 주가가 위험하다"며 목표 주가를 36달러에서 25달러로 낮췄다. 불과 1년새에 목표 주가를 절반 이하로 내린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만이 아니다. 지난달 16일 메릴린치는 GM 평가를 '중립'에서 '매도'로,키뱅크 캐피털 마케츠는 '보유'에서 '중립'으로 각각 한 단계 낮췄다. 다음날 CSFB도 '중립'에서 '(보유규모)감축'으로 조정했고,UBS 역시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감축'으로 하향했다. 디트로이트에 있는 자동차조사센터의 데이비드 코울 소장은 GM의 몰락에 대해 "문제가 심각했는데도 노조원들은 피부로 실감하지 못했다"며 "올 것이 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GM의 가장 큰 문제는 전·현직 근로자들에게 지원되는 막대한 의료보험료다. 전·현직 근로자 및 그들의 가족은 회사와의 협약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전액 보조받고 있다. 대상은 1백10만명.퇴직한 근로자 가족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유산비용(legacy cost)으로 불린다. 코울 소장은 이 유산비용이 올해 60억달러(6조원 상당)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차 한 대당 1천5백~1천7백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GM을 추격하는 일본 도요타는 이런 부담이 거의 없다. 품질이 월등하지 않으면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가격 부담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