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의 대명사인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휘청거리고 있다. 명차시장에서 전통의 라이벌인 BMW는 물론 도요타 렉서스 등 신흥 강자들이 전속력으로 추격해오고 있는 반면 벤츠는 실적부진에 따른 자금 부족으로 신차 개발에 한계를 드러내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차량 품질까지 문제가 생겨 최근 갓 나온 2005년식 모델을 포함,1백30만대를 리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사면초가 상태다. 벤츠는 위르겐 슈렘프 회장조차 올해에도 실적만회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어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BMW 추격전=세계시장에서 만년 2위였던 BMW는 벤츠가 주춤하는 사이 무서운 속도로 약진하며 역전을 넘보고 있다. BMW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전년보다 10% 늘어난 1백2만4천대를 팔아 1백7만5천대 판매에 그친 벤츠의 턱 바로 아래까지 치고 올라왔다. 두 회사 판매량은 4년 전만해도 20만대 이상 차이가 났으나 BMW가 6시리즈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새로 출시해 그동안 판매량을 24% 늘린데 반해 벤츠는 2% 증가에 그쳤다. 지난 98년 말 미국 크라이슬러와의 합병에 따른 통합 비용 부담으로 신차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요타 렉서스까지 틈을 비집고 들어와 지난해 전세계에서 36만대를 판매하는 등 명차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억유로에 그쳐 전년보다 47%나 떨어지는 등 경영이 악화일로에 있다. ◆벤츠,품질도 흔들=벤츠가 BMW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명차시장 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품질과 안전'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브랜드 이미지 덕분이었다. 그러나 벤츠는 지난 1일 배터리와 발전기 품질이 문제돼 2001∼2005년식 1백30만대를 리콜하겠다고 발표,이 같은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뉴욕타임스는 슈렘프 회장이 최근 "현재 벤츠의 생산 품질은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이라고 했던 말을 상기시키며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2005년식 모델까지 리콜 대상이 된 데 대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적 턴어라운드는 여전히 불투명=메르세데스벤츠그룹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적자인 소형차 브랜드 '스마트'사업 구조조정에 착수,모델 두개를 없애고 7백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안감힘을 쓰고 있다. 스마트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구조조정쪽으로 귀결됐다. 이 계획은 퇴직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12억유로의 비용을 발생시켜 올해 회사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슈렘프 회장 역시 지난 2월 실적 보고 때 "벤츠가 작년 하반기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실적을 냈다"면서 "올해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장담은 할 수 없다"고 밝혔을 만큼 경영난은 심각한 상태다. 독일 증권사 드레스드너클라인워스바세르슈타인의 한 애널리스트는 "벤츠는 단기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것보다 낡은 전략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벤츠가 스마트사업에서 철수가 아닌 구조조정을 택한 것은 "경영진들에겐 쉽지만 주주들에게는 나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