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꽃샘추위와 궂은 날씨로 개화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지면서 '꽃 축제'를 준비중인 각 지방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봄 축제가 자칫 '꽃 없는 꽃잔치'로 끝날 경우 관광객 감소와 이로 인한 지역 관광수입 축소가 우려되는데 따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태양광 조명을 설치,인공적으로 일조량을 늘리거나 아예 축제시기를 늦추는 지자체도 생겨나고 있다. 진해시는 3일 군항제가 시작된지 5일이나 지났지만 벚꽃이 이제 막 꽃망울을 여는 정도에 그쳐 울상을 짓고 있다. 진해시 관계자는 "축제 개막을 당초 예정보다 4일이나 늦췄고 밤에는 벚꽃 주변에 숯불을 피우기도 했지만 일조량 부족으로 개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광객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자 지역 상인들이 축제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오는 9∼10일 열리는 제주도 유채꽃 축제 주최측도 꽃이 피지않아 속을 태우고 있다. 축제를 주관하는 북제주군은 이대로 가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지난달 31일부터 3만4천여평의 유채꽃 축제장에 1백㎾ 발전기와 태양광 조명등 1백여개를 설치해 인공 일조량 늘리기에 나섰다. 북제주군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에는 유채꽃이 70% 가량 피었으나 지금은 꽃망울이 맺혀있는 정도"라며 아쉬워했다. 지난달 25∼27일 제주시에서 열린 왕벚꽃잔치는 꽃이 하나도 피지않아 말그대로 '꽃없는 잔치'로 끝났다. 지난 2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목포 유달산 꽃축제도 아직 꽃이 50% 정도밖에 피지않아 관광객이 작년에 못 미치고 있으며 전남 영암군에서 2일 개막된 왕인문화축제의 핵심 배경이 되는 1백리 벚꽃길도 꽃없는 행사길이 되고 있다. 축제시기를 늦춘 자치단체도 등장하고 있다. 여수시는 영취산 진달래 축제를 당초 2일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개화가 계속 늦어지자 축제기간을 오는 8∼10일로 연기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한달 전부터 기상청과 논의해 축제를 개화시기에 맞추려고 했으나 기상청 전망보다 개화시기가 늦어져 축제기간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