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찰총장. 검찰의 대통령,검사의 꽃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총장이 '옷'을 벗고 나가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단 전직 검찰총장이라는 타이틀의 '관성'만으로도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란 게 일반적 인식이다. 상명하복과 끈끈함이 특성인 검찰내 인맥을 활용할 경우 변호사 생활 역시 현역 총장 시절에 뒤지지 않는 화려함으로 가득찰 것이란 예상이다. 이른바 '바깥총장'론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역차별에 가깝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거액의 연봉을 받기는커녕 전직 총장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운신의 폭'마저 좁다는 것이다. 최고위 공직을 맡았었다는 이유로'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대한 사회의 높은 기대감 때문이다. 2일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갖고 30년11개월의 검사생활을 접는 송광수 검찰총장(33대)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의 정점에 서 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대선자금 수사 관록'이 엄청나지 않겠느냐는 평이 나온다. 재계와 정계의 비밀스런 '속살'까지 세세하게 들춰 봤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축적된 정보량이 엄청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까마득한 후배검사들은 기업법무팀이나 로펌의 뜨거운 영입경쟁 덕에 억대의 스카우트비를 받고 새 둥지를 '골라' 가고 있다. 그러나 송 총장은 '두문불출형'에 가까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회고록조차 맘대로 쓰지 못해 차라리 고검장급에서 퇴임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 송 총장은 최근 "사무실을 내자니 후배 눈치가 보이고,함께 일할 후배 변호사 월급 줄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월 3백50만원의 퇴직연금도 넉넉지 않은데다 1억원이 채 안되는 퇴직수당으로는 사무실 얻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명재 전 총장(31대·법무법인 태평양)이나 김도언 전 총장(26대·법무법인 청률)처럼 로펌행도 여의치가 않다. 대형 로펌들은 대부분 대선자금 수사선상에 올랐던 기업체들을 고객으로 삼고 있다.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태평양에 재직중 총장이 됐던 이 전 총재와는 입장이 다른 것이다. 상당수 전직 검찰총장들은 '조용히' 지내고 있지만 일부는 퇴임 이후에도 경영활동에 직접 뛰어들거나 투자에 나서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비즈니스'에 관한한 신승남 전 총장(30대)을 빼놓을 수 없다. 신 전 총장은 현재 신원CC의 회장으로,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이름은 명예회장이지만 경영기획 재무 인사 등 골프장의 경영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총수 역할을 맡고 있다. 신 전 총장은 재임 시절 '싱글' 골퍼로 유명했으며,현재도 80대 초·중반의 스코어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임 직후 인터넷 로펌 '로시콤' 설립과 투자회사인 '로시맨' 설립에 관여하면서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한 것으로 전해진 김태정 전 총장(28대)은 현재 로시콤 경영에만 직접 관여하고 있는 상태다. 하나증권 사외이사로 활동하던 김각영 전 총장(32대)이 최근 ㈜신한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이명재 전 총장과 정구영 전 총장은 각각 녹십자 두산중공업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도언 전 총장은 금호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3대 검찰총장을 지낸 정구영 검찰동우회장은 "총장 출신 변호사 중 일부는 오랜 식견과 경험,수사 노하우,다양한 정보 등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활용하길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대다수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사회원로'로서 조용한 기여에 보다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