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ㆍ칠레 FTA 1년의 성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박태호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하면 이해집단들의 반발과 각 부처간의 이견 및 갈등,그리고 협정체결 후 국회 비준동의 과정에서의 진통 등이 아직도 생생하게 우리 기억 속에 떠오른다.
이렇듯 어렵게 출범한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 1주년을 맞았고,지난 1년간의 성과에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역협회가 발표한 한국무역통계에 의하면 한·칠레 FTA를 계기로 양국간 교역은 크게 확대됐으며,특히 우리나라의 수출이 수입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우려했던 칠레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지 않았으며 최근 수입이 급증한 포도주를 제외하면 칠레로부터의 농산물 수입 증가율이 3%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민감한 품목으로 주목됐던 포도와 홍어의 수입이 작년과 비교해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휴대전화 캠코더 컬러TV 등의 대 칠레 수출은 매우 큰폭으로 증가했다.이에 따른 한국 제품의 칠레 시장 점유율도 함께 상승했다. 이러한 첫 1년의 성과를 종합해 보면 한·칠레 FTA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칠레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한·칠레 FTA 체결때 농산물 수입과 관련, 수없이 제기됐던 문제들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인가.
우선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칠레 두 나라의 무역실적은 매우 중요한 점 하나를 시사해 주고 있다.
즉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산품의 경우라 할지라도 수입자유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면 산업피해와 구조조정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FTA 발효 첫 해 한국의 농산물 수입 상황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지난해 칠레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농산물의 품목수가 적었고,대부분의 관세 철폐가 5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서 이행된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는 특정 품목의 어려운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점진적인 자유화를 관철시키는 것이 FTA 협상에서 중요한 전략이 돼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그렇다고 한·칠레 FTA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수는 없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농산물 수입자유화 확대의 효과가 점차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따라서 한·칠레 FTA 발효 1년의 성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농산품 수입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미미할 것이라고 단정해선 안된다.
FTA 국회비준 동의와 함께 정부가 마련한 농업구조조정 및 합리화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이렇듯 이번 한·칠레 FTA 발효 1년의 성과는 협상과 국회비준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인사와 단체들에 많은 교훈을 가져다 주었으며,FTA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을 보다 전향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칠레에 이어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했고 현재 주요 무역상대국들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FTA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이해하고 미래를 중시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FTA를 추진함에 있어서 그 추진 이유를 우리 국민이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면 한·칠레 FTA 체결과정에서 겪었던 똑같은 어려움을 다시 겪을 것이다.
따라서 FTA 체결은 국가 전체 차원의 보다 큰 청사진 하에 추진되고 있음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한 예로 '21세기 우리 기업과 상품의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국가의 목표를 세우고 FTA를 이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내놓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국민은 FTA를 국가발전전략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FTA 체결이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thbar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