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정자산 투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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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고정자산투자 딜레마'에 빠졌다.
13억 인구를 위해 일자리를 공급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매년 두 자리수씩 투자를 늘려야하나 이 추세로 계속 돈을 쏟아부을 경우 사회간접시설과 공장설비 등이 남아돌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유휴 설비는 금융권 불량채권 증가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
◆식을 줄 모르는 투자 열기=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지난 한 해 동안 26% 증가해 7조위안을 돌파한 데 이어 올 1∼2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24.5%나 늘어 정부 통제선을 넘었다. 7조위안 중 절반은 정부의 공공투자였다. 지난해 고정자산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52%나 된다.
중국에서는 지난 93년에도 투자가 과열 조짐을 보여 정부가 긴축 정책을 폈던 적이 있으나 당시 고정자산투자액의 GDP대비 비중은 43%로 지금처럼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정부 주도로 기적적인 성장을 이뤄낸 일본과 한국에서도 GDP대비 고정자산투자액이 40%를 넘은 적이 없다며 중국이 "투자거품으로 경제성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량채권에 대한 경고=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소(IIE)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연간 고정자산투자액을 GDP대비 30%선으로 낮추지 않으면 몇 년 안에 은행권 불량 채권이 GDP의 15%에 달해 금융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금융 당국은 2003년 은행 신규 대출 총액이 3조위안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자 지난해 긴축 정책을 통해 이를 2조4천억위안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998∼2001년 연 평균 1조2천억위안과 비교하면 여전히 위험 수위다. IIE는 과거 30년 간의 통계를 토대로 중국에서 은행 대출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이 중 40%가 불량 채권으로 전락해왔다고 지적했다. 물가 불안도 과열 투자에 잠재돼 있는 불안요인이다. 단기적으로는 건설자재 확보 경쟁에 따른 인플레,장기적으로는 산업생산 과다에 따른 디플레가 일어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딜레마=중국 정부가 긴축을 강조하는 데도 고정자산투자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중앙의 입김이 민간자본과 지방정부에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데다 정부 스스로도 경제성장률이 급감할 것을 우려해 공공 투자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IIE에 따르면 중국이 고정자산투자액을 GDP의 30%선으로 줄일 경우 경제성장률이 4∼5%대로 급감해 경착륙이 불가피하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충분한 일자리 공급을 위한 최소 성장률이라고 밝힌 7%대와 거리가 멀다. 딜레마에 빠진 중국 정부가 내건 올해 경제 운용 목표는 성장률 8%,고정자산투자증가율 16%다.
투자 억제와 경제 성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중국이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금융 불안이나 실업자 양산에 따른 사회 불만 중 적어도 한 가지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