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켓 경기와 함께 '볼리우드'(봄베이+할리우드)는 10억 인구의 인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이미 볼리우드 영화는 연간 제작편수(1천여편)에서나 전세계 관객 동원수(36억명)에서 할리우드를 넘어 서고 있다.


음식으로 치면 인도의 카레와 서구의 햄버거가 합쳐진 카레버거쯤 될까?


4월2일개봉하는 '신부와 편견'(원제 Bride&Prejudice)은 한층 서구에 가까워진 볼리우드영화다.


18세기 영국 고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원작이며 감독은 인도계이지만 영국에서 성장한 거린더 차다.


촬영지도 인도 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까지 아우르고 있으며,영화 속의 유머는 서구에서도 통할 만큼 보편적이다.


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힌두어가 아닌 영어다.


반면, '생뚱맞아'보일 수도 있지만 특유의 흥겨운 춤과 노래가 들어있는 뮤지컬적인 요소나 해피엔딩의 결말,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인도에 대한 자부심은 영화가 명백한 볼리우드 영화라는 사실을 설명해준다.


"돈 많고 잘 생긴 남자는 성격이 나쁘고, 잘 생기고 매너 좋은 남자는 어머니가 싫어하고…."


인도 한 작은 도시의 박시 가문, 이 집안의 네 딸 중 둘째인 랄리타(아이쉬와라 라이)는 결혼할 나이가 됐지만 신랑감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마침 남자들에게 순종적이어야 하는 전통적인 인도식 결혼생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인도 남자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인기가 좋지도 않은 터,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다.


다른 세계의 어머니들도 한결 같듯, 랄리타의 어머니(나디라 바라)도 자신의 딸들을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는 것은 지상 최대의 과제다.


랄리타와 함께 순종적인 스타일의 큰딸 자야(남라타 쉬로드카)도 '결혼 프로젝트'의 우선순위에 있다.


사윗감인가 아닌가, 박시 가문을 방문하는 남자들은 본의든 아니든 미시즈 박시의 이 구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침 나타난 부잣집 남자 발라지(나빈 앤드루스)와 다아시(마틴 핸더슨)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입장에서 큰딸 자야와 발라지의 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


하지만 문제는 역시 둘째딸에게 있다.


랄리타에게 다아시는 오만한 남자.


부잣집 아들 특유의 몸에 밴 잘난척과 거만함에 랄리타는 다아시를 쏘아붙이기 일쑤다.


영화가 원작과 달라진 것은 공간 배경이 영국에서 인도로 옮겨졌으며 남자주인공이 영국인 사업가가 아니라 호텔 재벌인 미국인이라는 점 정도 뿐.


줄거리가 200년여년 전 소설인 원작과 유사한 까닭에 결국 부잣집 아들을 쫓아가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볼리우드 특유의 역동성을 잘 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감독은 '슈팅 라이크 베컴'을 만들었으며 '엽기적인 그녀'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 연출자인 여성 감독 거린더 차다.


영국 개봉 당시 8주간 1천만 달러(약 1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린 바 있다.


영화는 KBS의 TV, 영화관 동시개봉 프로그램의 첫번째 작품이다.


4월2일 KBS 2TV에서 방송되며 4월2-8일 서울 종로의 단성사에서 선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