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전통적 수치의 하나인 인플레 지수가 과연 신뢰할만한 것인가. 뉴욕 타임스 24일자가 던진 의문이다. 신문은 세계 유수의 특급 호텔들이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통상적인 개.보수만이 아닌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전례없이 비중을 두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로 인한 비용 상승을 단순히 인플레 차원에서만봐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스타우드 호텔 앤드 리조트 그룹 산하의 웨스틴과 셰라톤 체인들이 지난99년부터 객실 업그레이드시 기능만이 아닌 스타일을 바꾸는 쪽에도 신경을 쓰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얘기가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립연구위원회(NRC)도 지난 2002년 보고서에서 인플레를 가늠하는 핵심 수치인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산정할 때 "(서비스의) 질이 변하는 부분은가장 측정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상기시켰다. 신문은 핸드폰과 주름살을 펴는 명약으로 알려진 보톡스를 예로 들면서 신기술이 초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그 효과를 감안한다면 기존의 인플레 틀로는 제대로 된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미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의 댄 긴스버그 연구원은 뉴욕 타임스에 "호텔 서비스업그레이드 추세가 경제학계의 이런 고민을 잘 보여준다"면서 한 예로 특급 호텔이침대 시트를 교체하면서 300수짜리를 쓰는지 아니면 200수짜리에 그치는지를 들었다. 그는 여기서 고객 만족도란 개념이 함께 감안돼야 한다면서 객실당 침대시트 업그레이드에 평균 15달러가 들었다고 가정했을 때 고급 취향을 가진 고객들이 그 차이를 인식했다면 25달러 혹은 그 이상의 가격인하 효과가 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가격이 떨어진 셈이라는 얘기다. 매리어트 그룹이 산하 체인 호텔들의 침대 시트를 가는데만 1억9천만달러를 투입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고객이 서비스나 품질의 업그레이드를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따라서 인플레 수치를 계산할 때 상품이나 서비스의 통상적인 기능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되면 여기에 미적 스타일이나 고객이 느끼는 심리적 반응도 함께 감안해야할 시대가 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