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초저가항공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1971년 6월 허버트 켈레허와 롤린 킹이 공동으로 설립했는데 당시엔 누구도 성공 가능성을 점치지 않았다. 고작 보잉 737기 3대로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 3개 도시만을 운항하면서 거대 항공사들과 경쟁하겠다고 나섰으니 무모하다는 핀잔을 받을 만했다. 그러나 경쟁사들에 비해 30%나 싼 비행요금은 이용객들에게 먹혀 들어갔다. 한동안 세계 하늘을 누비며 내로라 하던 팬암이나 이스턴항공 등이 몰락했지만 사우스웨스트는 흑자행진을 계속하면서 이제는 미국내 4대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통상 가격이 싸면 그만큼 불편이 따라야 하는데도 이 항공사는 저가와 편리성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해서 '사우스웨스트 효과(Southwest effect)'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사우스웨스트를 벤치마킹한 항공사들은 영국 독일 등 유럽대륙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졌다. 가격파괴를 통한 소위 틈새시장전략의 일환이었다. 허브공항을 잇는 거대 항공사와는 달리 소도시를 거점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수요를 창출하면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국의 9·11테러 이후엔 승객이 급격히 줄면서 경영타개책으로 대형항공사들도 초저가항공사를 설립하는 추세다. 캐나다 국적항공인 에어캐나다와 호주 최대의 항공사인 콴타스가 자회사를 세웠고 아시아지역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도 이미 저가항공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저가항공사가 출범한다는 소식이다.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이 국내선 참여를 확정한데 이어 대한항공은 국제선에 뛰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승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과 비행기의 안전성 확보는 과제로 남는다. 비행기의 경우 자칫하면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까닭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설립 초기 원가절감 못지않게 직원들의 정신교육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저가항공시대를 여는 우리 항공사들은 잘 나가던 서구의 저가항공사들이 단 한번의 사고로 맥없이 무너진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