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실업통계자료로 일본 사회가 술렁이는 모습이다. 다름아닌 니트족(NEET族·Not in Employment,Education or Training)이 예상과는 달리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호들갑을 떠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회복국면에 접어든 경제에 니트족은 최대의 복병이 되고 있다고 단언한다. 니트족은 말 그대로 교육을 받는 학생도 아니면서 구직활동은커녕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들이다. 취업과 일에 대한 의욕을 아예 접고 살아가는 까닭에 구직 의사가 있는 실업자나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프리터족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니트족 문제는 경제침체기인 1990년대 영국 등 선진국에서 먼저 제기됐다. 고용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취업난으로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니트족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사회불안을 유발하는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으로 나타나면서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서둘러 마련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직업과 일의 가치를 깨우치는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니트족들은 대체로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귀찮은 일은 거들떠 보지 않으려 한다. '당장 좋으면 그만'이라는 향락적인 성향이 강해 반사회적인 행태를 보인다. 그런가 하면 대인기피증세가 심하거나 너무 생각이 많아 일에 대해 지레 겁을 먹기도 한다. 또 직장생활에 실패한 사람들이 자신감을 잃어 어쩔 수 없이 니트족에 속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니트족 문제는 강건너 불이 아닌 듯하다.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실업률 8.6% 중에는 니트족이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학력 인플레로 인한 고학력자가 속출하면서 이에 걸맞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단념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한다. 니트족 같은 사회이탈자들은 결국엔 우울증 광장공포증에 시달리곤 한다. 집에 틀어박혀 생활하고,인터넷에 탐닉하고,가족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한창 일할 나이의 청년들이 비전을 갖고 생활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우리 사회의 당면한 과제로 등장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