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시황판에 닷새만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고유가와 세 자릿수를 넘보는 환율, 이에 따른 대형주들의1.4분기 실적우려라는 펀더멘털상 악재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가능성에 따른 신흥시장 자금이탈 가능성, 이를 반영하는 듯한 연 12일 외국인 매도세라는 수급상 악재가 쌓인 상황에서 1,000선 도달 랠리가 곧 재현될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 한국관련 외국자금 유입 급감..자금이탈 전조는 아닌 듯 외국인 순매도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증시에서 핵심 논거로 부상했던 관측은 이른바 '신흥시장 캐리 트레이드 자금 회수론'. 미국에서 낮은 금리로 조달된 자금으로 신흥시장에 투자해 고수익을 냈던 자금들이 미국에서 서서히 감지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간 '신중한 속도'(measuredpace)로 금리인상을 추진하겠다던 연방준비은행(FRB)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환류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실제 올들어 남미 증시를 중심으로 이미 관측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12일 연속 순매도를 한국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남미시장에서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있다고 판단할 만한 분명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최소한 '징후'는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머징 포트폴리오 닷컴에 따르면 한국시장과 관련된 미국의 펀드에 이번 주에도 총 12억8천200만 달러가 유입돼 8주째 늘어나고 있지만 신흥시장 관련 펀드의 증가속도는 떨어지고 있다. 한화증권 민상일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10억7천700만 달러가 신흥시장펀드에 순유입됐지만 이번 주에는 1억3천만 달러가 유입돼 부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증권 장창수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시장 유입액 추정치는 6주 연속 플러스"라면서도 이번 주 추정 순유입액이 8천200만 달러로 전주의 1억8천400만 달러에 비해 급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이같은 유입액 감속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마이너스로 반전될 수밖에 없고 이는 내국인 유동성 유입과 함께 1,000선 도달의 두 엔진중 하나가 꺼지게 됨을의미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이를 '외국인 자금유출' 전조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한화증권 민 애널리스트는 "현 외국인 순매도 강도를 시장이 추세를 훼손할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들어 나타나는 외국인 순매도에 대해 지나친 우려감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위원도 외국인 투자자금에 장기 투자자금과 헤지펀드 등이뒤섞여 있는 상태임을 지적하면서 "일부 헤지펀드가 차익실현을 하고 있는 것으로추정되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꺾이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단절됐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진단했다. ◆ 재도약위한 '건강한 조정'분석도..950선 안팎 지지여부 관건 이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외국인 순매도에서 촉발된 조정장을 오히려 그간의 과열을 식히면서 재도약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한 '건강한 조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제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임태섭 서울지점장은 이날 한국시장 전망에서 펀더먼털상 요인을 들어 "최근의 조정은 좋은 매수기회"라고 진단했다. 최근의 거시경제지표 등을 볼 때 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며 유가상승과원화강세 등 악재가 반영된 상태이기때문에 900∼950선을 바닥으로 반등이 이뤄질것이라는 전망이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도 현 조정장세를 '상승추세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강한 조정'으로 규정하고 시장이 950선을 지저선으로 강하게 버틴 뒤 이달 말께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위원은 ▲유가 등의 압박에 따른 세계증시의 조정국면 진입 ▲비차익 매도의추세적 증가에 따른 시장에너지 위축 등을 들어 조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추세반전 가능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기추세는 훼손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