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 3사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 발표가 있었던 지난 16일 독도에는 국내 방송사 취재팀이 대거 모여들었다. 이 과정에서 좋은 '그림'을 잡기 위한 무리한 취재경쟁이 불붙으며 고요하던 독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MBC '뉴스데스크'팀은 이날 김주하 앵커를 헬기에 탑승시켜 독도 영상 취재에 나섰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오후 5시40분께 MBC 취재팀이 탄 헬기가 독도 착륙을 시도하면서부터.착륙장 인근에 있던 방송장비가 흔들리면서 SBS가 이 시간대에 내보내기로 했던 '뉴스 퍼레이드'의 독도 생중계가 지연됐다. SBS측은 "'뉴스퍼레이드'를 위해 SNG(위성뉴스시스템)를 설치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MBC 헬기가 저공비행을 했다"면서 "이 때문에 SNG가 파손돼 6시20분께야 복구됐다"고 밝혔다. SBS는 이 사고내용을 메인뉴스인 '8시뉴스'에서 상세히 보도했다. KBS 중계팀의 한 관계자도 "착륙하면 안된다는 수신호를 보냈는데도 MBC측이 착륙을 강행해 화상전화가 파손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다"며 "보통은 방송사들이 서로 협조하면서 취재하는데 이번 경우엔 취재 경쟁이 과열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측은 "독도가 워낙 좁은 만큼 울릉도에서 출발한 헬기가 독도영상을 취재한 후 한차례 선회했지만 뒤에 KBS 취재 헬기가 착륙을 기다리고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방송사들은 그러면서도 독도 문제에 관한한 자사가 가장 먼저 보도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신속한 보도는 언론의 생명이다. 타사보다 먼저 보도하겠다는 경쟁을 크게 탓할 일도 못된다. 하지만 독도문제는 앞으로 한·일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 수 없는 예민한 사안이다. '요미우리''산케이'등 일본 언론들이 독도문제와 관련해 최근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취재경쟁이라고 해도 대외에 내분이 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재창 문화부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