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조종석의 음성기록 장치인 블랙박스는 검은색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빨간 색이라고 이 장치의 발명자가 16일 말했다. 호주 일간 에이지에 따르면 이 장치를 처음 만든 호주인 데이비드 워런은 이날 자신의 전기 출판에 즈음해 블랙박스가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가장 오해를 받는 발명품이 됐다며 블랙박스는 언제나 빨간 색이었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80세 되는 워런은 이름이 블랙박스이긴 하지만 최소한 겉의 색깔은빨간색이라며 "나는 그것을 만든 뒤 빨간 색을 칠했고 그 이후 그 색깔은 한 번도 바뀌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워런이 블랙박스를 발명하게 된 건 아버지 때문이었다. 지난 30년대에 아버지가비행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자 어린 워런은 충격을 받았다.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가 남긴 라디오를 분해하고 조립하다 보니 워런의 가슴에는 어느덧 전자제품에 대한 사랑이 싹텄다. 50년대 초 호주 국방과학기술소의 연구원으로 일하게 됐을 때 워런은 라디오를 분해하고 조립하던 당시의 손재주를 살려 원인을 알 수 없는 비행기 추락사고의 단서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조종석의 음성기록 장치를 만들었다. 동료들은 이 발명품을 신통치 않게 생각했다. 상급자는 호주 항공 분야에서 그런 장치는 쓸모 없다고까지 했다. 호주의 항공안전 전문가들도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 장치는 계속 개인적인 취미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50년대 말에 드디어 영국 항공당국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결국 이 장치는 곧바로 세계로 전파됐고 63년에는 호주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민간 여객기에도 이 장치의 부착을 의무화함으로써 한 때 홀대했던 호주인 발명가의 명예를 드높여주었다.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