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반대파의 원천봉쇄로 또다시 무산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집단퇴장과 폭력사태로 얼룩졌던 두 차례 대의원 대회의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몸싸움판의 아수라장을 연출했다니 과연 민주노총이란 이름을 사용할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이미 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사항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근로자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라면 일자리를 만들고 보다 나은 근로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무조건 대화를 거부하면서 조합원들의 의사 확인 과정마저 봉쇄하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된다. 이는 일자리 파괴 등 근로자 피해를 강요하는 결과로 연결될 뿐이다. 더구나 대회를 원천봉쇄한 강경파들의 주장은 섬뜩한 느낌까지 준다. 이들은 '사회적 교섭 폐기'와 '총파업 강행'만을 줄기차게 외쳐대고 있다. 과연 그런 강경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을 지지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지,우리 형편이 그렇게 한가한 상황인지 되묻고 싶다. 지금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환율급락 원자재가격 앙등 등의 암초에 부딪혀 매우 불투명한 실정이다. 노사불안과 총파업이 또다시 산업현장을 뒤덮는다면 경기회복의 싹이 무참히 짓밟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정에는 아랑곳없이 총파업을 벌이자는 선동이나 하고 있다면 어찌 책임있는 단체라 할 수 있겠는가. 민노총 지도부는 조만간 대의원대회를 다시 개최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정부는 민노총을 배제하고서라도 노사정 대화를 정상화시키는 방안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민노총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조직과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길인지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