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오프닝) 주식 시장이 올들어 최고 낙폭을 기록하며 다시 천 선 밑으로 하락했습니다. 2천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며 시장을 끌어내렸는데요… 그 이면에는 외국인들의 관망세도 한 몫한 듯합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보도본부의 박 재성 기자가… (앵커) 외국인들의 어정쩡한 태도가 시장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결론인데요. 외국인들이 선뜻 시장을 좋게 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자) 어제 시장을 잘 들여다보면 외국인들이 1시를 넘기면서 외국인들의 매매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시 10분 경까지 외국인들이 약 76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만, 이 때를 고비로 오히려 다시 주식을 거둬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이 시점이 프로그램 매물이 무더기로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시장에서 매매하는 외국인들을 일률적으로 잘라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성격이 어떻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힘든 일입니다. 결국 알 수 있는 것은 어제처럼 시장 급락을 선도한 외국인 투자자도 있는 반면, 오히려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반대로 주식을 거둬들이는 외국인 투자자도 있다는 것입니다. 외국인 매매를 두고 최근 분석을 보면 외국인들이 아흐레째 주식을 팔고 있지만 한국 시장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다… 이런 지적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식을 판다”는 것과 “한국시장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서로 모순되는 이 두 가지 말이 어떤 뜻을 담고 있는가?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한국 시장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은 경기 싸이클, 즉 경기순환적인 측면에서 한국 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고 있다고 본다는 뜻이고요. 이 측면에서 봤을 때, “외국인의 주식 처분”은 수익이 많이 난 곳에서는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하고 또다시 기회를 엿보다 수익이 날만하면 다시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이렇게 해석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어제 시장 흐름도 이 같은 분석의 연장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좀 조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시장을 나쁘게 보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앵커) 하지만 외국인들이 연9일째 주식을 팔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만 본다면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도 낳을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한국 시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외국인이 주식을 파는 것을 경기 순환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것이냐 아니면 기술적인 자산 운용 차원에서 이해할 것이냐… 이런 문젭니다. 물론 이견이 있습니다만, 지금 한국을 비롯해서 주요 신흥시장들 그리고 미국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고요. 이 측면에서 본다면 적어도 경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식을 파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단지, 자산운용 측면에서 한국 주식이 많이 오른 만큼 일단 차익을 챙기고 또 기회를 다시 엿본다는 생각이 클 것이다라는 관측인데요. 이렇게 추정하는 데는 외국인 동향이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제적인 자본 이동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에서 비롯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외국인들을 이처럼 주춤하게 만드는 이유가 대체 무엇입니까? (기자)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난달 16일과 17일 그린스펀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해 코멘트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에셋 증권 분석에 따르면 당시 그린스펀 의장이 네 가지 정도를 이야기 했는데요. 하나가 미국의 과소비 경향을 억제하기 위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것. 둘째는 달러 약세와 유가 급등 등이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즉 물가 인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 그리고 셋째는 미국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는 데도 오히려 장기금리는 더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넷째가 미국 경제는 한차례 조정이 필요하지만 조정을 비껴가면서 사람들이 지나치게 낙관론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 이런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린스펀 같은 통화 정책 책임자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경제의 균형인데요. 균형이라는 것은 한 쪽으로 기울면 다시 다른 쪽으로 쏠리는 자동적인 안정장치 같은 것입니다. 이런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경고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이를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즉, 낙관론이 계속 늘어난 것이죠. 이를 코넌드럼(수수께끼)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런 낙관론에 금이 가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바로 지난 주말인데요. 그린스펀 경고에도 꿈쩍 않던 장기 금리가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박스권 상단을 뚫고 급등해 버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유가 때문이었는데요. 어쨌든 이 같은 금리 인상이 외국인들에게는 심리적으로 부담을 끼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어떤 부담입니까? (기자) 장기적으로 주식을 투자하는 경우는 그래도 상관이 없겠습니다만, 단기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경우에는 금리 변동에 매우 민감합니다. 금리는 모든 상품의 가격을 매기는 척도가 되니까요. 뿐만 아니라,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 가운데 상당 수는 미국 자금시장으로부터 싼 값에 자금을 조달해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몰려 다니는 투기적 자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를 캐리 트레이드라고 하는데요. 캐리라는 것은 가지고 다닌다… 보유한다는 뜻이고요. 다시 말해 달러로 돈을 빌려서 들고 다니며 매매한다는 뜻이죠. 이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신흥시장 주식이 쌀 때는 신흥시장에 원자재 가격이 쌀 때는 원자재 가격에… 이렇게 돈이 되는 곳만을 골라서 몰려다니는 속성이 있는데… 미국 시장 금리가 예사롭지 않으니까 주춤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 월요일인 22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을 보고 움직이자… 이렇게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이 과정에서 신흥시장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은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전하게 차익을 실현하자… 이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시장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다” “단기 차익 실현일 따름이다”… 이런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결국 다음 주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가 앞으로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볼 수 있겠군요. (기자)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가 2.5%(한국 콜금리 3.25%)인데요. 단순히 금리를 올린다 내린다를 떠나서 금리 결정과 관련해 어떤 코멘트가 나오고 향후 경기 동향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투자 심리를 좌우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가 예상보다 완화된다면 다시 한번 국제 유동 자금이 밀려 들 것을 기대해 볼 수 있고요. 반대로 단호한 인상 가능성을 보인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다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제 같은 경우 시장 급락과 관련해서 미국 선물 시장의 상품 지수가 급락한 것이 원인이다… 이런 분석도 있었습니다. 상품이라면 원유, 귀금속, 곡물 등을 거래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간단히 생각하면 상품하고 주식하고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상품 지수가 급락한다는 것은 금리가 올라서 투자자금이 몸을 사린다는 뜻이고… 그만큼 투자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뜻이거든요. 결국 주식 시장에 미칠 가능성을 상품 시장을 통해서 예상해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 정책이 지리적으로 도저히 연상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국내 주식 시장에 알게 모르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박재성기자 js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