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벨기에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1백여년 전에 쓴 동화극으로 저자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세계의 어린이들이 지금도 즐겨 읽는 이 책은 이야기 말미의 반전이 극적이어서 흥미를 더한다. 느닷없이 꿈에 나타난 요술할머니가 자기의 병든 딸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파랑새를 찾아달라고 부탁하자 어린 남매는 길을 떠난다. 그렇지만 어디에도 파랑새는 없었고 지쳐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자기집 새장에 있더라는 얘기다. '행복'과 '이상'을 상징하는 이 파랑새가 요즘은 한 직장에 안주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직장인을 지칭하는 용어로 변했다. 소위 '파랑새 신드롬'이다. 자신의 일은 아랑곳없이 장래의 막연한 행복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실을 거부하고 백일몽을 좇는다는 점에서는 '피터팬 신드롬'이나 '모라토리엄 신드롬'과 일맥상통한다. 또 정처없이 옮겨다니는 이들의 처신을 비유해 '메뚜기족'이란 별명도 생겼다. 파랑새 증후군에 속한 사람들은 상상속에서 '행복이 가득한 직장'을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탓에 좀처럼 자신의 자리나 지위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식의 행동을 하기 일쑤다. 지체없이 만족해야 하고 보상을 받아야 비로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파랑새 신드롬 때문에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는 3년 이내에 신입사원 중 40% 정도가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통계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쉽게 증명이 되고 있다. 이직률의 증가세를 보면 취업난이 무색할 지경이다.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어렵게 잡은 직장이라고 아등바등 다녀봐야 신명이 날리 만무해서다. 그러나 이직을 할 때는 목표와 이유가 분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단순히 적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은 파랑새를 찾아 나서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어쩌면 행복은 지금 자신의 자리에 있는지도 모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