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환시장에서 10일 '한은 쇼크'와 유사한 '고이즈미 해프닝'이 발생,엔달러 환율이 출렁거렸다. 발단은 고이즈미 총리의 의회 발언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일반적으로 외환보유액 투자의 다변화는 필요하다"며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고려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오전 11시께 도쿄 외환시장에 전해지면서 달러당 1백4엔 초반에서 움직이던 엔·달러 환율은 1백3.8엔대로 급락했다. 외환시장이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을 외환보유액 다변화를 위해 달러화를 매각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국회 업무보고서에 삽입된 '투자대상 통화의 다변화'라는 문구가 부각되면서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급락하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1천원선이 무너지는 충격을 몰고온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외환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관련 당국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은 낮 12시께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특정통화(달러화)의 보유비중을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시장의 충격이 크기 때문에 보유외환의 운용에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달러화 보유국인 일본의 다니가키 재무상은 한은쇼크 직후에도 "외환보유액을 유로화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다. 재무상의 적극 해명이 약효를 보이면서 달러가치는 1시간여 만에 다시 1백4엔선을 회복,맥락은 한은쇼크와 유사했으나 파장은 훨씬 작았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