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수도권 개발 중구난방식은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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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잇따라 수도권 개발구상들을 쏟아내고 있어 몹시 혼란스럽다.
특히 여당이 앞장서 성남의 서울공항 이전과 택지개발,수도권 대학 신설 및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 허용,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을 거론하고 나서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들은 지난 30여년간 계속돼온 수도권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방안들인데도 심도있는 논의와 연구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중구난방식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같아 수도권 개발이 너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물론 그동안 묶어두기만 했던 수도권 규제를 푸는 것은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특성을 무시한 공장총량제와 같은 획일적 규제로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막아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등의 문제점은 개선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에 대기업 첨단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고 17개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의 규제완화 대책은 매우 바람직하고 서둘러야 할 일이다.
반면 서울공항 이전이나 대학 규제완화 등과 같은 문제는 사실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도 정부내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단계에서 여당이 발표부터 먼저 하고보자는 식으로 제시됐다.
한마디로 행정중심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수도권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선심성 대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부터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국토개발을 위한 종합계획에 바탕을 두지 않은 정책들이 즉흥적으로 남발됨으로써 빚어질 혼란과 부작용이 무엇보다 걱정된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체계적인 도시계획의 마스터플랜 없이 마구잡이식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도권 경쟁력을 높이고 국토균형개발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이 오히려 수도권 난개발을 조장하는 식이라면 지금보다 더한 수도권 과밀과 이로 인한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개발은 수도권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다 깊이있는 연구를 거쳐 장기적인 계획아래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안된다.
행정부처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는데 따른 수도권 주민의 불만을 줄이려는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몇십년 앞을 내다보는 큰 틀의 국토개발종합계획을 바탕으로 수도권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확립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